검찰도 헷갈리는 중대재해법…연구용역 발주한 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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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관련 전문가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연구용역 대상은 △중대재해법 인과관계 판단기준 △정의 규정과 관련해 일부 개선 필요성 검토 등이다. 경영계에서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와 처벌 최일선에 있는 대검조차도 법의 난해함과 모호함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 형사3과는 지난 25일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등 주요 노동법 학회와 산학협력단을 보유한 전국 대학교 총장들에게 "2022년도 정책 연구과제 용역과 관련해 연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연구대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중대재해법상 인과관계 판단 기준(외국 사례 및 국내 실무례 중심) △중대재해법상 '결함' 판단 기준 등이다. 이 중 '인과관계 판단 기준'은 대검이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서에서 '난제'로 인정한 부분이다.
대검은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서에서 "수사가 시작되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위반 입증이 가장 큰 쟁점이자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설서에 따르면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대재해가 현장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탓이라는 것을 1차적으로 입증하고, 그 다음으로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 위반이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탓이라는 것이 2차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대검은 이런 2단계 입증 과정을 "다단계적 인과관계" "중층적 인과관계"라고 지칭했다.
이 중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가 중대재해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1단계' 입증은 법의 내용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 증명하기가 어렵지 않다. 기존 산안법 수사 방식과도 같다.
문제가 된 것은 2단계 입증이다. 대검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현장에서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가 이행되지 못한 것과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여러 추가적인 간접사실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은 간접적·포괄적이라 중대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의 원인이 된 현장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불이행 여부를 확정하고, 그 다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불이행의 원인이 됐는지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안전장비 구비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산 편성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경영책임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방치했고 그로 인해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근로자가 사망해야 중대재해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검은 중대재해법 제정의 계기가 됐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설치 중 근로자가 사망했던 사건(구의역 김군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서울메트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의 원인이 됐음을 다양한 '간접사실'을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간접사실을 확보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법이 발주한 2가지 연구 용역 중 '인과관계 판단 기준' 연구에 대한 상세 설명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인과관계 개념의 판단 인자 및 입법적 개선 필요성"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적시하고 있다. 사실상 CEO의 책임을 입증해서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검찰도 시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제정법인 만큼 선행 연구가 제대로 진행된 바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과관계 입증이 까다롭다는 점, 중대시민재해의 정의 조항부터 인식이 어렵다는 것을 대검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도 "수사기관들이 입증을 위해 디지털포렌식 등 강력한 전방위 수사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대검찰청 형사3과는 지난 25일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등 주요 노동법 학회와 산학협력단을 보유한 전국 대학교 총장들에게 "2022년도 정책 연구과제 용역과 관련해 연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연구대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중대재해법상 인과관계 판단 기준(외국 사례 및 국내 실무례 중심) △중대재해법상 '결함' 판단 기준 등이다. 이 중 '인과관계 판단 기준'은 대검이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서에서 '난제'로 인정한 부분이다.
대검은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서에서 "수사가 시작되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위반 입증이 가장 큰 쟁점이자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설서에 따르면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대재해가 현장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탓이라는 것을 1차적으로 입증하고, 그 다음으로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 위반이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탓이라는 것이 2차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대검은 이런 2단계 입증 과정을 "다단계적 인과관계" "중층적 인과관계"라고 지칭했다.
이 중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가 중대재해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1단계' 입증은 법의 내용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 증명하기가 어렵지 않다. 기존 산안법 수사 방식과도 같다.
문제가 된 것은 2단계 입증이다. 대검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현장에서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가 이행되지 못한 것과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여러 추가적인 간접사실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은 간접적·포괄적이라 중대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의 원인이 된 현장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불이행 여부를 확정하고, 그 다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불이행의 원인이 됐는지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안전장비 구비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산 편성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경영책임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방치했고 그로 인해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근로자가 사망해야 중대재해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검은 중대재해법 제정의 계기가 됐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설치 중 근로자가 사망했던 사건(구의역 김군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서울메트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의 원인이 됐음을 다양한 '간접사실'을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간접사실을 확보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법이 발주한 2가지 연구 용역 중 '인과관계 판단 기준' 연구에 대한 상세 설명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인과관계 개념의 판단 인자 및 입법적 개선 필요성"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적시하고 있다. 사실상 CEO의 책임을 입증해서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검찰도 시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제정법인 만큼 선행 연구가 제대로 진행된 바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과관계 입증이 까다롭다는 점, 중대시민재해의 정의 조항부터 인식이 어렵다는 것을 대검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도 "수사기관들이 입증을 위해 디지털포렌식 등 강력한 전방위 수사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