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복귀 승인은 심사숙고…일탈행위에 '솜방망이' 징계 없다"
허구연 KBO 총재 "지자체 갑질하면 총재 권한 다 써 떠날수도"
허구연 KBO 신임 총재는 야구장 시설 인프라 개선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하면서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총재 권한을 다 사용해서 뜻을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야구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24대 KBO 총재로 선출돼 29일 취임한 허 총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년 12월 31일까지 임기 동안 해야 할 역점 과제와 현안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세 차례 음주 운전 혐의로 법원의 실형을 받은 강정호(35)의 복귀 승인 문제는 심사숙고해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낀 데 반해 야구 선수들의 일탈행위에는 세분화한 징계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허구연 KBO 총재 "지자체 갑질하면 총재 권한 다 써 떠날수도"
다음은 허 총재와의 일문일답.

-- 강정호의 복귀 승인 건은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가.

▲ 어제부터 이 사안의 보고를 받는 중이다.

여러 각도에서 조명을 해야 하고 고려할 사항도 많다.

고민 중이며 심사숙고하겠다.

야구 해설할 때는 규정(룰)을 봤고 (총재가 된) 지금은 KBO 규약만 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

-- 일부 구단의 입김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어제 서면으로 선수들에게 메시지도 보냈는데.
▲ 프로야구 출범 40년이 됐다.

빅 마켓과 스몰 마켓이 있어 많은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스포츠 산업으로 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데 우리 KBO 사무국이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커미셔너의 역할은 팬과 선수, 구단, 야구인의 조화를 어떻게 이끌고 발전시키느냐, KBO리그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느냐로 본다.

현실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성격이다.

우선 KBO에는 예산권이 없어 미래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KBO 이사분들(각 구단 대표들)의 이해를 구해 미래 투자를 유도해 낼 생각이다.

그게 없으니 야구 인기과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요즘 트렌드를 선수들의 의식 수준이 못 따라가는 것을 강조했다.

재임 기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다.

허구연 KBO 총재 "지자체 갑질하면 총재 권한 다 써 떠날수도"
-- 미국프로야구에서 돌아온 김광현(SSG 랜더스)이 허 총재와 만나서 팬 서비스를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 31일 미디어데이 행사 때 선수,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김광현의 생각을 들어볼 참이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뛰고 와서 팬 서비스와 관련해 많이 느꼈다고 했는데, 이는 그간 KBO 선수들이 얼마나 팬이 중요한지 몰랐다는 것 아니겠는가.

-- 계약 관계로 '짤'(인터넷에서 도는 짧고 웃긴 영상이나 사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30 MZ세대의 관심을 잡을 방안은.
▲ 조금 전 이사회에서도 말했는데 '짤' 이런 것에 제약이 많다.

이런 것부터 풀어야 한다.

그간 중계권 협상에서 많은 돈을 받는 것에만 치중했다.

미래를 못 보고 전문성도 부족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야구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

-- 대전 야구장 신축 방안은.
▲ 4월 11일 대전구장에 가서 허태정 대전시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얘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미 사업비로는 1천600억원이 확보된 상황이다.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 이제 지자체가 갑질하면 (야구단이 해당 도시를) 떠나야 한다.

광주와 대구 야구장 지을 때도 당시 두 도시 시장들을 만나 KIA 타이거즈나 삼성 라이온즈가 광주, 대구를 떠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설득했다.

야구장 건립 등과 같은 인프라 개선이 안 된다면 총재 권한을 다 쓰려고 한다.

한번 (연고지를) 떠날 생각도 한다.

프로농구 kt 선수단이 부산을 떠나 수원으로 가면서 부산도 느낀 바가 있었을 것이다.

허구연 KBO 총재 "지자체 갑질하면 총재 권한 다 써 떠날수도"
-- 고교 야구 주말리그의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많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추어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와야 하는데.
▲ 마스터 플랜을 KBO 사무국에서 만들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구조에서 프로가 정점이고, 저변이 넓어야 한다.

야구 놀이를 많이 하도록 어린이들에게 투자해야 하는데 효과는 금세 나타나지 않지만,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얘기할 예정이다.

선수들의 학습권도 좋지만 우선 인프라를 갖춰 놓고 학습권을 얘기해야 할 것 아닌가.

또 요즘 '야구 과외'가 성행하는데 돈 있는 선수만 과외를 하고 돈 없는 선수는 교육을 못 받는 이것을 방치하면 좋은 선수 육성은 물론 저변 확대도 안 된다고 본다.

허구연 KBO 총재 "지자체 갑질하면 총재 권한 다 써 떠날수도"
-- 해설위원 오래 했으니 올해 우승팀 전망은.
▲ 그게 얘기하면 곤란한데(웃음). 난 빈 스컬리(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유명한 전담 캐스터)를 원했지 버드 셀리그(전 MLB 커미셔너)를 바라진 않았다.

올해 전력은 변수 너무 많다.

외국인 선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말 예상하기 어렵다.

팬들 생각보다 잘할 팀을 꼽자면 김광현이 돌아온 SSG 랜더스, 양현종에 김도영이 가세한 KIA 타이거즈 등이다.

강팀으로 분류되는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kt wiz는 물론 래리 서튼 감독이 2년째 지휘하는 롯데 자이언츠도 있다.

-- 선수들의 일탈행위 징계 등과 관련해 이를 강화할 생각은.
▲ 왜 KBO의 솜방망이 처벌 나오느냐면 징계 규정이 촘촘하지 못해서다.

음주 운전이라면 가이드라인만 세분화해 확실하게 정하면 상벌위원회를 열 필요가 없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런 건 안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