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보일러는 옛말…올해 원전·반도체·2차전지 사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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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인터뷰
국내 원전 냉각기 시장 '원톱'
삼성 반도체 공장 공조설비 1위
"5년내 매출 3兆로 끌어올릴 것"
올초 아산공장 화재가 전화위복
스마트공장 변신, 생산속도 4배↑
국내 원전 냉각기 시장 '원톱'
삼성 반도체 공장 공조설비 1위
"5년내 매출 3兆로 끌어올릴 것"
올초 아산공장 화재가 전화위복
스마트공장 변신, 생산속도 4배↑
“귀뚜라미는 보일러만 만든다”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냉난방 복합그룹으로 성장한 귀뚜라미그룹의 한 해 매출 1조3500억원 가운데 난방 매출은 32%(4320억원)에 불과하다. 냉동·공조사업이 가장 많은 비중(41%·5535억원)을 차지한다. △국내 원전 냉각기 1위, 잠수함 등 특수선 냉동공조 1위(센추리) △드라이룸 1위, 외기 처리 공조기 1위(신성엔지니어링) △냉각탑 1위(귀뚜라미범양냉방) 등 분야별 국내 최고 기업이 즐비하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라 국내외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기술 기반의 알짜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센추리는 잠수함 수송함 구축함 등 특수선 분야 냉동공조 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독보적인 국내 1위 업체다. 정부의 방위산업 예산이 늘수록 수혜가 예상된다. 신성엔지니어링은 전기차용 2차전지 제조 공장에 필요한 드라이룸 시장에서 국내 1위다. 올해 삼성SDI·SK온의 헝가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삼성SDI·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공장에 드라이룸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공장 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급 먼지를 걸러주는 외기 처리 공조기 역시 국내 시장 1위로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귀뚜라미범양냉방 역시 국내 1위 냉각탑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이들은 원래 업계 선두권을 달리던 국내 3대 냉동공조회사였다. 최 회장은 보일러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들을 차례로 인수했다.
1988년에는 노동조합이 공장을 점거해 6개월간 보일러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 가지 고난은 보약이 됐다.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체감하고 1990년부터 현재까지 30여 년간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인수합병(M&A)과 공장 건설 모두 현금으로만 거래했다.
귀뚜라미는 올 1월 1일 국내 주요 생산기지인 충남 아산 공장에서 누전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새해 첫날부터 곤욕을 치렀다. 최 회장이 제작한 기계 설비를 포함해 공장 2개 동이 전소되는 등 600억원의 피해를 봤다. 그러나 그는 낙심하지 않았다. “신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첨단 레이저 용접기를 도입하는 등 스마트공장으로 싹 바꾸기로 했다”는 게 최 회장의 말이다. 귀뚜라미는 차질을 빚었던 생산라인을 3개월 만에 모두 복구해 정상화했다.
최 회장은 보일러 관련 개인 특허만 650여 개 보유한 ‘국내 보일러 역사의 산증인’이다. 21세 때인 1962년 국내 최초 아파트인 서울 마포아파트에 현대화된 온돌식 난방 시스템(연탄보일러)을 국내 최초로 공급했다.
1995년엔 “한국판 노벨상을 만들자”며 한국공학한림원 설립을 주도했다. 26년간 이 기관에 남몰래 70억원을 희사해 과학기술계에서 ‘키다리아저씨’로도 통한다. 공학한림원은 지난 22일 최 회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라 국내외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효자 노릇 하는 냉동공조 3사
최 회장은 기존 보일러사업에 냉동공조, 반도체 클린룸, 2차 전지 드라이룸(항온·초저습 기능) 등 신규 사업이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 5년 안에 그룹 매출이 현재의 두 배가 넘는 3조원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보일러사업은 미국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탄탄한 기술 기반의 알짜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센추리는 잠수함 수송함 구축함 등 특수선 분야 냉동공조 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독보적인 국내 1위 업체다. 정부의 방위산업 예산이 늘수록 수혜가 예상된다. 신성엔지니어링은 전기차용 2차전지 제조 공장에 필요한 드라이룸 시장에서 국내 1위다. 올해 삼성SDI·SK온의 헝가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삼성SDI·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공장에 드라이룸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공장 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급 먼지를 걸러주는 외기 처리 공조기 역시 국내 시장 1위로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귀뚜라미범양냉방 역시 국내 1위 냉각탑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이들은 원래 업계 선두권을 달리던 국내 3대 냉동공조회사였다. 최 회장은 보일러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들을 차례로 인수했다.
모든 위기를 기회로 바꿔
그는 1970년대 1~2차 원유파동, 1980년대 노사분규 등으로 폐업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원유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라 기름보일러 판매가 거의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그는 전 재산인 백색전화기 3대와 영업용 자동차 한 대를 팔아 밀린 직원 월급을 줬다. 최 회장은 “사업이 쫄딱 망해 미국으로 기술 이민을 하려고도 했다”고 회상했다.1988년에는 노동조합이 공장을 점거해 6개월간 보일러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 가지 고난은 보약이 됐다.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체감하고 1990년부터 현재까지 30여 년간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인수합병(M&A)과 공장 건설 모두 현금으로만 거래했다.
귀뚜라미는 올 1월 1일 국내 주요 생산기지인 충남 아산 공장에서 누전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새해 첫날부터 곤욕을 치렀다. 최 회장이 제작한 기계 설비를 포함해 공장 2개 동이 전소되는 등 600억원의 피해를 봤다. 그러나 그는 낙심하지 않았다. “신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첨단 레이저 용접기를 도입하는 등 스마트공장으로 싹 바꾸기로 했다”는 게 최 회장의 말이다. 귀뚜라미는 차질을 빚었던 생산라인을 3개월 만에 모두 복구해 정상화했다.
최 회장은 보일러 관련 개인 특허만 650여 개 보유한 ‘국내 보일러 역사의 산증인’이다. 21세 때인 1962년 국내 최초 아파트인 서울 마포아파트에 현대화된 온돌식 난방 시스템(연탄보일러)을 국내 최초로 공급했다.
1995년엔 “한국판 노벨상을 만들자”며 한국공학한림원 설립을 주도했다. 26년간 이 기관에 남몰래 70억원을 희사해 과학기술계에서 ‘키다리아저씨’로도 통한다. 공학한림원은 지난 22일 최 회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