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각국의 통화 긴축 영향으로 11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을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석유류와 곡물 가격이 뛰는 등 물가 불안이 심해지면서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0.9%P 상향

우크라 충격 반영도 안됐는데…IMF "올 한국 물가상승 3% 웃돌 것"
IMF는 올초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과 연례협의를 한 뒤 2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IMF가 앞서 작년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예측한 2.2%에 비해 0.9%포인트 상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수정 전망치와 같다. IMF가 3%대 물가상승률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데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IMF는 “한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IMF 전망대로 3%를 넘어서면 이는 2011년 4.0%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것이다. 당시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물 생산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가 일제히 뛰며 2008년 이후 3년 만에 4%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IMF는 연말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에너지 가격 안정, 공급망 회복 등이 이어질 것을 전제로 한 예상이다. 이에 따라 4분기 물가상승률은 2.5%, 내년 연간으로는 2.1%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IMF의 이번 전망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 등은 완전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연례협의를 진행한 내용을 토대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발표한 것”이라며 “다음달 IMF가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에서는 이후 상황을 업데이트해 새로운 전망치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 물가 시대 다시 올 수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곡물가 폭등과 고유가 영향이 물가에 반영되면 IMF의 낙관과 달리 연말까지 물가가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를 기록해 2014년 4월 이후 7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예상한 수치다. 조사에 응답한 사람 중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응답자의 83.7%가 석유류 제품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직격탄을 맞아 최근 급격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설명이다. 농축수산물(32.6%), 공공요금(31.5%) 등도 가격이 오를 품목으로 지목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수십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이뤄지면 유동성 확대로 인한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경우 4%대 물가상승률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MF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0월 전망치에 비해선 0.3%포인트 낮지만 지난 1월 전망치와는 같은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주목했다. IMF는 “부동산 세제 효과를 재검토하고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 참여 유인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정책을 폈는데 이로 인해 민간의 주택 공급이 제한되고 있으므로 그 효과가 적정한지 재검토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에 대해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