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스와치 명동점에서 시민들이 오메가와 스와치의 협업 시계 '문스와치'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스와치 명동점에서 시민들이 오메가와 스와치의 협업 시계 '문스와치'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문스와치(MoonSwatch)가 돈 되겠다 싶으니 어지간한 업자들은 다 오픈런 해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에 뛰어드네요."
오메가와 스와치의 협업 시계 '문스와치' 인기가 치솟으면서 리셀 시장이 덩달아 과열되고 있다. 한정 물량만 판매된 데다 그마저도 리셀업자들이 상당 물량을 사들이면서 품귀 현상을 빚은 탓이다. 재판매 웃돈이 300만원을 넘긴 사례까지 등장했다.

물량을 독차지해 천정부지로 값을 올리는 리셀업자들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셀 시장에서 문스와치 제품 가격은 폭등세다. 리셀 시장에서 이 제품은 정가에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이 넘는 웃돈이 붙은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스와치와 오메가가 협업해서 내놓은 문스와치. /스와치그룹코리아 제공
스와치와 오메가가 협업해서 내놓은 문스와치. /스와치그룹코리아 제공
문스와치는 스위스 시계회사 스와치가 초고급 시계브랜드 오메가와 협업해 만든 33만원짜리 시계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탐사 때 착용했다는 오메가의 시계 '문워치'와 얼핏 보면 외관이 똑같아 시계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와치 시계지만 다이얼엔 큼지막하게 오메가 로고를 새긴 것이 특징. 소재나 재질은 오메가 문워치와 차이가 있다.

오메가 문워치의 가격은 730만원 정도로 신제품 가격은 900만원이 넘는다. 때문에 33만원으로 외관이 유사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세계 매장에 품절 대란을 빚었다. 지난 26일 서울 스와치 명동점에선 판매분이 완판됐다. 홍콩과 일본에서도 인파가 너무 많이 몰리자 스와치 측이 고객 안전을 우려해 부랴부랴 판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에선 제품을 놓고 고객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소셜미디어를 달구기도 했다.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문스와치 가격이 최소 100만원대로 형성됐다. 우라노스(천왕성) 제품의 경우 네이버 '크림'에 29일 기준 280만원에 올라와 있다. 일부 거래 사이트에선 330만원을 책정하는 등 정품 가격의 10배 수준인 경우도 있다. 리셀업자들이 문스와치 인기와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값을 계속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스와치 제품을 구매하려던 대학원생 김모 씨(27)는 "리셀 거래 사이트에서 눈여겨보던 제품이 어제(28일)만 하더라도 200만원 중반대였는데 오늘 확인하니 300만원대로 올랐다"면서 "판매자에게 문의했더니 구매자들이 몰려 값을 높였다고 하더라. 진짜 오메가 제품도 아닌데 하루 아침에 100만원을 올리니 황당하다"고 했다.
 서울 중구 스와치 명동점에서 시민들이 오메가와 스와치의 협업 시계 '문스와치'를 사기 위해 직원에게 문의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스와치 명동점에서 시민들이 오메가와 스와치의 협업 시계 '문스와치'를 사기 위해 직원에게 문의하고 있다. /뉴스1
재판매로 산 제품을 다시 웃돈을 붙여 내놓는 사례도 등장했다. A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00만원 안 되게 산 제품을 이튿날 B중고거래 플랫폼에 200만원 넘는 가격에 내놓는 식이다. 시계 관련 커뮤니티에는 "가격을 문의할 때마다 웃돈을 더 올린다"는 불만 글이 쏟아졌다.

시장에선 문스와치가 개인이 소장할 목적이 아닌 업자들이 웃돈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뒤 바로 되파는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 비판하고 있다. 스와치 측이 곧 1인당 구매 제한을 두고 추후엔 추가 물량까지 더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리셀 과열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와치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1인당 1개의 시계 구매 한정을 두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리셀업자 양모 씨는 "최근까지 샤넬 리셀을 하다가 프리미엄(웃돈)이 떨어져 손해를 본 업자들이 이번엔 문스와치 시장에 많이 뛰어들었다"며 "오픈런 하는 이들 중 상당수 업자들"이라고 귀띔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