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공소장 제출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분야 공약에 대해 큰 틀에선 공감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핵심 공약에는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인수위에 따르면 법무부는 29일 열린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관련 훈령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2019년 12월 시행된 이 훈령은 전문 공보관이 공보업무를 전담하고 그 외 검사와 수사관은 언론 접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간사)은 업무보고 후 연 브리핑에서 “피해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것이 선별적·정치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며 “이에 대해 법무부가 규정 개정과 폐지 등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국회가 검찰에 공소장 제출을 요구할 때 법무부가 관여하게 돼 있는 현행 규칙도 개정하거나 폐지하겠다는 뜻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대검찰청에 공소장 제출을 요구하면 응하게 돼 있지만, 그동안은 법무부가 먼저 공소장을 받은 뒤 제출해 “자의적으로 선별해 결정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위원은 “법무부가 큰 틀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공약 이행을 위한 법령 재개정 과정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인수위와 법무부 간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다. 인수위는 지난 25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려 했지만, 박범계 장관이 24일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자 보고 당일에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둘러싼 인수위와 법무부 간 입장차가 크게 좁혀지진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발생한 데는 공감했지만, 폐지 찬성 의견은 내지 않았다. 새 정부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면 참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검찰에 독립적인 예산 편성 권한을 주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김진성/김소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