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악순환' 우려…日정부, 24년만에 외환시장 개입하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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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底→경상적자 확대→추가 엔底' 가능성
Fed 금리 올리는데 日銀, 금리억제 강경책
달러·엔 130엔 가능성도
"수출기업·부유층만 엔저 혜택" 비판에
日 재무성, 엔화매입 직접 개입 가능성
Fed 금리 올리는데 日銀, 금리억제 강경책
달러·엔 130엔 가능성도
"수출기업·부유층만 엔저 혜택" 비판에
日 재무성, 엔화매입 직접 개입 가능성
엔화 가치 급락으로 인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다시 '엔저(底)'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가능성에 일본 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달러 당 120엔대의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30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는 121엔 후반대에서 움직였다. 지난 28일 엔화 환율이 6년 7개월만의 최고치인 125.10엔까지 치솟은 이후(엔화 가치 하락) 계속해서 120엔을 웃돌고 있다.
◆"0.25% 이상 수요, 씨 말려라"
엔화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상반된 금융정책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급등하는 물가와 싸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행은 금리를 낮추기 위한 초강경책을 동원했다.
29~31일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를 연 0.25%의 금리에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운영을 진행한다. 금리가 0.25%를 웃도는 거래는 수요 자체를 말려버림으로써 장기금리를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0.25% 이하로 묶어두려는 정책이다.
미리 지정한 가격에 국채를 3일 연속으로 무제한 사들이는 연속 공개시장운영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은 금리인상을 서두르는데 일본은 거꾸로 금리상승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자 달러 가치는 급등하고 엔화는 급락한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가 경제와 물가에 '플러스'가 되는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수출 대기업과 해외자산을 보유한 부유층만 엔화 약세의 혜택을 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의 99.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대다수 일본인들은 수입물가 급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처음으로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일 우려가 크다"며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정책이 이대로 괜찮은지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미국 유럽과 달리 물가 상승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이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는 경기를 급랭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엔화 환율이 120엔대에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에 따르면 경상수지와 교역조건 등을 반영한 엔화의 이론상 환율은 2021년 3분기 105.4엔에서 지난달 121.7엔으로 16엔 급등했다.
투기세력의 매매동향과 국제정세까지 반영하는 실제 환율은 이론상 환율과 5~10엔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엔화 가치가 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40년만에 연간 경상적자?
일본 기업이 '엔고(高)'를 피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2010년 이후 일본은 무역수지 흑자가 줄고 자본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구도가 정착됐다. 무역수지에 반영되는 수출이 줄어든 반면 자본수지로 잡히는 해외자산의 배당·이자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와 자본수지를 합한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입 규모가 급증하면서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는 1조1887억엔 적자를 나타냈다. 역대 두번째 규모다. 원자재값 상승이 장기화하면 일본의 경상수지가 연간 기준으로 40여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상수지 악화가 엔화 매도를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외환시장이 우려하는 이유다. 일본은행의 발목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재무성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전날 앤디 보콜 미국 재무차관(대행)과 회담한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미일 통화당국이 긴밀하게 외환 문제에 대해 의사소통하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간다 재무관의 기자회견 이후 외환시장은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마지막으로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여 환율에 직접 개입한 것은 1998년 6월이었다. 외환시장의 관심은 미국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느냐다. 미국은 지금과 같이 달러 강세를 유지하는 편이 물가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어중간한 규모로 섣불리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예상한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30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는 121엔 후반대에서 움직였다. 지난 28일 엔화 환율이 6년 7개월만의 최고치인 125.10엔까지 치솟은 이후(엔화 가치 하락) 계속해서 120엔을 웃돌고 있다.
◆"0.25% 이상 수요, 씨 말려라"
엔화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상반된 금융정책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급등하는 물가와 싸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행은 금리를 낮추기 위한 초강경책을 동원했다.
29~31일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를 연 0.25%의 금리에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운영을 진행한다. 금리가 0.25%를 웃도는 거래는 수요 자체를 말려버림으로써 장기금리를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0.25% 이하로 묶어두려는 정책이다.
미리 지정한 가격에 국채를 3일 연속으로 무제한 사들이는 연속 공개시장운영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은 금리인상을 서두르는데 일본은 거꾸로 금리상승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자 달러 가치는 급등하고 엔화는 급락한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가 경제와 물가에 '플러스'가 되는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수출 대기업과 해외자산을 보유한 부유층만 엔화 약세의 혜택을 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의 99.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대다수 일본인들은 수입물가 급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처음으로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일 우려가 크다"며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정책이 이대로 괜찮은지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미국 유럽과 달리 물가 상승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이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는 경기를 급랭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엔화 환율이 120엔대에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에 따르면 경상수지와 교역조건 등을 반영한 엔화의 이론상 환율은 2021년 3분기 105.4엔에서 지난달 121.7엔으로 16엔 급등했다.
투기세력의 매매동향과 국제정세까지 반영하는 실제 환율은 이론상 환율과 5~10엔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엔화 가치가 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40년만에 연간 경상적자?
일본 기업이 '엔고(高)'를 피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2010년 이후 일본은 무역수지 흑자가 줄고 자본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구도가 정착됐다. 무역수지에 반영되는 수출이 줄어든 반면 자본수지로 잡히는 해외자산의 배당·이자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와 자본수지를 합한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입 규모가 급증하면서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는 1조1887억엔 적자를 나타냈다. 역대 두번째 규모다. 원자재값 상승이 장기화하면 일본의 경상수지가 연간 기준으로 40여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상수지 악화가 엔화 매도를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외환시장이 우려하는 이유다. 일본은행의 발목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재무성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전날 앤디 보콜 미국 재무차관(대행)과 회담한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미일 통화당국이 긴밀하게 외환 문제에 대해 의사소통하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간다 재무관의 기자회견 이후 외환시장은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마지막으로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여 환율에 직접 개입한 것은 1998년 6월이었다. 외환시장의 관심은 미국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느냐다. 미국은 지금과 같이 달러 강세를 유지하는 편이 물가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어중간한 규모로 섣불리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예상한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