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이 지난 10일 미국의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으로 촬영한 소행성 아포피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이 지난 10일 미국의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으로 촬영한 소행성 아포피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화시스템이 국책 연구기관들과 함께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향후 국내 첫 무인 달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다.

한화시스템은 30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함께 추진하는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 시스템 설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인 한화시스템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천문연, 항우연이 소행성 탐사와 달 착륙 등 핵심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는 사업이다.

첫 사업은 2029년 4월 지구 3만1600㎞ 상공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탐사가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아포피스는 63빌딩 높이의 약 1.5배인 370m짜리 소행성이다. 300m가 넘는 소행성이 인공위성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짧게는 수천년에서 최대 2만년만에 한번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아포피스가 지구에 접근하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궤도 지름이 늘어나고, 자전축이 틀어지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만든 우주 탐사선을 국내 발사체로 쏘아 올려 이런 변화를 관측·촬영하는게 이번 사업의 목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아포피스 탐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우주탐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태양계 진화 역사를 규명하는데 학술적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설계하는 건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이다. 아포피스 탐사나 달 착륙 프로젝트의 밑그림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총 체계를 담당한다. 여기에 ㈜한화의 고효율 추진시스템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경량화 전장시스템 기술이 함께 활용될 예정이다.

아포피스 탐사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탐사선은 2027년 10월 발사될 예정이다. 탐사선은 지구 궤도를 벗어나 지구-달 사이 거리(약 38만㎞)의 220배가 넘는 약 8400만㎞까지 멀어진다. 탐사선은 초속 30㎞가 넘는 아포피스의 속도를 따라잡아 약 10㎞ 거리를 두고 ‘동행비행’을 하며 변화를 관측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술로 이렇게 빠르게 멀리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기술은 2030년 이후 추진될 무인 달 착륙 프로젝트 등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우주 개발을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뉴스페이스' 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