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2차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정식 승인하면서다.

FDA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과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의 2차 부스터샷을 승인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 백신의 1차 부스터샷을 맞은 만 50세 이상 성인은 4개월이 지난 뒤부터 2차 부스터샷을 받을 수 있다.

장기 이식수술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만 12세 이상도 접종 대상에 포함됐다. FDA 승인 직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2차 부스터샷이 허용된다'는 내용을 포함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침을 업데이트했다.

미국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2차 부스터샷이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mRNA 백신의 표준 접종 횟수는 2회다. FDA 사용 승인에 따라 미국인 수천만명이 4차 접종 자격을 얻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당초 미 보건당국은 2차 부스터샷 대상을 만 60~65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만 50세 성인부터 만성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연령 기준을 대폭 확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4차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FDA가 3차 접종인 1차 부스터샷의 효과 지속 기간을 4개월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미 보건당국은 올 겨울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가을께 한 차례 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FDA는 이스라엘의 4차 접종 데이터 등을 토대로 추가 접종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에서 70만명 넘는 성인이 4차 접종을 받았지만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백신 4차 접종자는 3차 접종자보다 코로나19 사망률이 78% 낮았다.

미 보건당국이 1차 부스터샷을 승인한 지 6개월 만에 2차 부스터샷을 승인하면서 일각에선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상 외부 전문가위원회를 소집해 정책을 결정하던 FDA와 CDC가 이번 결정을 하기 전엔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FDA가 오미크론 인명 피해를 막는 데 1차 부스터샷이 효과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미크론 아형(BA.2)이 급격히 번지는 것도 FDA 판단에 영향을 줬다. 지난 20~26일 기준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변이 감염자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이 됐다. 이 기간 미 코로나19 확진자의 54.9%가 BA.2에 감염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