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한정판 리셀(중고 거래) 플랫폼인 크림이 중개 상품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리셀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내게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수수료 무료’ 경쟁으로 적자가 심화하자 수수료를 책정하고 나선 것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크림은 다음달 21일부터 중개 상품 가격의 1%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크림 측은 “편리한 서비스 이용 환경 구축을 위해 수수료를 책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리셀 거래 수수료율을 8~10% 적용하는 만큼 수수료가 단계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리셀 플랫폼은 나이키의 조던 농구화 시리즈 등 한정판 상품을 사고파는 곳이다. 당근마켓, 중고나라에 비해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크림처럼 중간에서 제품을 검수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상품을 검수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

국내에는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 스탁엑스 등 세 곳의 리셀 플랫폼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플랫폼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적자를 감수하고 일단 이용자를 늘리는 정책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크림은 리셀 플랫폼 중 이용자가 가장 많은 만큼 적자폭도 컸다. 지난 24일에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3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렸다. 스노우도 2020년 영업손실이 1075억원에 이를 만큼 적자 규모가 크다. 이 회사 영업손실은 2017년 720억원, 2018년 609억원, 2019년 866억원에 달했다. 작년 11월까지는 배송비 무료 정책을 유지했으나 12월부터 이를 폐지해 배송비를 부과하기도 했다.

크림은 이용자를 상당수 확보한 만큼 점진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크림의 연간 거래액은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통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리셀 시장 규모가 5000억~6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림이 이용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이용자는 50만 명 선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리셀 시장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카우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25년까지 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크림은 이런 성장성을 인정받아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에서 10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