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첫 투자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벤처를 선택했다. 한 해 1조원 이상 팔리는 블록버스터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이 세운 회사다. 삼성이 유망 바이오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펀드가 유전자 치료제에 주목했다는 것도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 바이오 사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 바이오 기술 투자 펀드…'유전자 치료제' 美 벤처 낙점
삼성물산은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미국 바이오기업 재규어 진 테라피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고 30일 밝혔다. 투자 금액은 약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삼성물산(990억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495억원)가 출자해 지난해 7월 조성한 펀드다.

재규어 진 테라피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유전자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다. 2020년 9억2000만달러(약 1조1130억원)가 팔린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의 주요 개발진이 2019년 설립했다. 졸겐스마는 원래 아베시스라는 생명공학 회사가 개발했는데, 노바티스가 2018년 87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재규어 진 테라피의 주요 경영진은 아베시스 출신이다. 삼성 관계자는 “재규어 진 테라피가 유전자 치료제 순도를 높이면서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낫게 할 수 있는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넣는 게 유전자 치료제다.

재규어 진 테라피는 졸겐스마의 뒤를 이을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희귀 유전질환인 갈락토스혈증을 비롯해 자폐증, 1형 당뇨병 치료제가 후보군이다. 내년에 임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재규어 진 테라피가 유전자 치료제 중에서도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전달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유전자 치료제는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에 전달할 수단이 필요한데, AAV가 그중 하나다. 졸겐스마 역시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