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진전을 보인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급격히 치솟던 국제 유가는 잠시 안정세를 찾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해소되지 않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1.72달러(1.6%) 내린 배럴당 104.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월 17일 이후 최저치로, 이틀째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도 1.78달러(1.63%) 하락한 배럴당 110.23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평화협상이 건설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에 휴전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전선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군사 활동을 축소한다는 러시아군의 발표가 ‘기만전술’일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로 결론 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감당하게 될 정치적 역풍을 고려하면 이렇게 전쟁이 끝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조지프 맥모니글 국제에너지기구포럼 사무총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31일 회의를 열어 증산 계획을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OPEC+가 5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증산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망 위기와 국제 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자는 더 높은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물가 상승 여파로 올해 미국 가계의 평균 지출이 작년보다 5200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와 똑같은 소비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추정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