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빚이 작년 말 475조8000억원으로 2년 새 100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로는 27%에 달해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16.7%보다 훨씬 가파르다. 2019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자산이 적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2030세대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 '영끌대출'…2년 새 빚 100조 폭증
한국경제신문이 30일 한국은행의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2030세대의 가계대출(신용카드 할부액 제외)은 475조8000억원으로 2020년 말보다 35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작년 말 전체 가계대출 1755조7818억원에서 한은이 산출한 2030세대 가계대출 비중(27.1%)을 적용한 추정액이다.

이를 토대로 본 2030세대의 빚은 2018년 말 370조3000억원에서 2019년 말 374조7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20년 말 440조6000억원으로 뛰더니 작년엔 475조8000억원까지 급증했다. 2019년 말부터 2년 만에 101조1000억원(27.0%)이나 급증했다. 2030세대의 빚이 전 세대 빚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말 24.9%에서 작년 말 27.1%로 높아졌다.

청년층 빚이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을 서둘러 사들이려는 이른바 ‘영끌’ ‘패닉바잉’ 등 때문이다. 여기에 한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2020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41.3%에 달했다. 연령별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19년 31.7%, 2020년 37.1%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 넓혀봐도 2030세대의 매수 흐름은 두드러졌다. 2019년 28.3%에서 2020년 29.1%, 지난해에는 31.0%로 상승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2030세대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60%포인트 오른 연 3.031%에 마감했다. 2014년 9월 17일(연 3.034%) 후 가장 높다.

2030세대가 보유한 부채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청년층 중 신용 위험이 높은 ‘취약 차주(돈 빌린 사람)’의 비중은 지난해 말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을 웃돌았다. 취약 차주는 3개 이상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소득 하위 30% 이하 저소득층이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차주를 뜻한다.

청년층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5.0%에서 4분기 말 5.8%로 상승했다. 다른 연령층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6.2%에서 5.5%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