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범 前 LG이노텍 사장 "해장국 먹으며 현장 소리 들은 게 경영 노하우"
“현장에는 늘 답이 있습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문제들도 공장에서 발로 뛰는 사원들과 소주 한 잔, 해장국 한 그릇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돌파구’를 찾곤 했죠. 그래서 리더는 늘 소통해야 합니다.”

이웅범 전 LG이노텍 사장(사진)은 현직 시절 가장 즐겨 먹은 음식으로 해장국을 꼽는다. 야간근무를 마친 생산직 직원들과 가족처럼 얼굴을 맞대고 아침 6시 출근과 함께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전 사장은 경영자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 《LG가 사장을 만드는 법》을 펴냈다. LG그룹의 주요 요직을 거치며 깨달은 지혜와 에피소드를 담았다. 30일 기자와 만난 이 전 사장은 “현직 시절 매일 수첩에 기록한 경영일지들을 모아놓고 보니 한 박스에 달했다”며 “이런 소소한 기록과 깨달음들을 LG그룹 후배들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에 몸담은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마음에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1983년 반도상사(현재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생산담당 부사장, LG이노텍 사장(2014년), LG화학 사장(2016년) 등을 거친 37년 ‘LG맨’이다. 이후 연암공과대 11대 총장에 취임한 뒤 2020년 퇴임했다.

대표적인 곳이 18년간 몸담은 레코딩미디어사업부다. 1985년 비디오테이프 생산을 시작했지만 치열한 경쟁에 밀려 10년 넘게 실적이 저조해 고전했으나, 1995년 이 전 사장이 제조실장으로 부임하면서 적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그가 깊게 깨달은 것이 바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해장국 미팅 역시 이때부터 시작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원가를 절감할 아이디어를 물어 보니 설비 개조를 포함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시도하진 않았죠. 책임을 모두 윗선에서 지기로 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고, 이런 도전이 적자 탈출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 전 사장은 리더십의 핵심으로 ‘솔선수범’과 ‘소통’을 강조한다. 먼저 리더가 보여주지 않으면 사원들 역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부터 솔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현직 시절 회사에서 받은 내부 평가도 이번에 책을 내면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전 사장은 “부끄러운 기록도 있어 많이 고민했지만 저 스스로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해 공개하기로 했다”며 “과거 PCB 사업부 시절엔 공장 내 클린룸 내 흡연이 적발되자 저부터 담배를 바로 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후배 경영인을 위한 ‘강점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LG이노텍 사장 시절부터 받은 경영자 코칭 수업이 인연이 돼 은퇴 후 전문 수업 과정을 이수해 관련 자격증을 땄다. 이 전 사장은 “중소, 중견기업의 경영자들이 말 못 할 고민을 품고 있지만 이를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함께 고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본인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강점 코치로서 제 역할”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