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국내 대표 연예계 기획사 두 곳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콘서트 재개와 저연차 아이돌 그룹들의 빠른 수익화 등 풍부한 상승 동력(모멘텀) 속에서 연중 신고가를 새로 쓰더니 시가총액에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을 추월한 지 오래가 됐다. 반면 SM엔터는 매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는 데다 기업가치 저평가 문제를 지적한 투자자의 주주행동까지 맞닥뜨리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9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JYP엔터는 전일 대비 100원(0.16%) 오른 6만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2조1000억원을 넘기면서 코스닥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시간 에스엠은 800원(1.01%) 상승한 8만400원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1조8800억원가량으로 22위를 지키고 있다.

JYP엔터는 올해초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에스엠을 바짝 따라 붙더니, 이제는 앞서가면서 격차를 벌리고 있는 형국이 됐다. 최근 한 달 해 시가총액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이달 첫 거래일인 2일만 해도 시총 22위인 에스엠이 303억원 차이로 시총 21위인 JYP엔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후 JYP엔터는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반면 에스엠은 주춤한 양상을 보였다.

JYP엔터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희소식이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 대표그룹인 트와이스는 일본에서 발표한 네 번째 베스트 앨범이 오리콘 주간 합산 앨범 랭킹 1위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나타냈다. 공연소식도 꾸준하다. 오는 4월에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이 예정됐고, 지난 2월 미주 투어에 이어 오는 5월부터 다시 한번 미국을 찾아 앙코르 공연을 가진다. 최든 데뷔한 7인조 신인 걸그룹 '엔믹스' 또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뛰는 JYP엔터 기는 SM엔터…엇갈린 엔터주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 2조원을 넘기더니 전일인 30일에는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빌보드 200' 1위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연중 최고가인 6만2300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27일 종가가 3만76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는 두 달 만에 66% 급등한 셈이다.

투자자별 수급을 살펴보면 개인은 지난 24일부터 순매수세를 보였다. 24일 37억원, 25일 18억원, 28일 3억원, 29일 15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다만 신고가를 경신한 30일에는 차익실현 등을 이유로 92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최근 JYP엔터 주가는 작년 4분기 호실적을 시작으로 연간 100만명 수준의 월드투어 재개 시점이 뚜렷해지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내년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에서 각각 신인그룹이 한 팀씩 데뷔할 전망이어서 증권가는 최소 2024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달 들어서만 증권사 5곳이 JYP엔터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높였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라인업의 콘서트 재개와 엔믹스 등 신인그룹의 빠른 수익화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실적 성장은 물론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도 엿보인다"며 "자사몰 전개와 미국 중국 등으로의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 수출 시장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면 에스엠 주가는 잔뜩 긴장한 상태다. 최근 고질적인 기업가치 저평가 문제를 두고 투자사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행동에 나선 영향이다. 작년 말 기준 얼라이언스파트너스운용이 보유한 SM 지분은 0.21%(4만8500주)다. 특수관계자 지분인 0.70%(16만3194주)를 합산할 경우 지분율은 0.91%가 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의 이번 정기 주총을 앞두고 상법상 주주제안으로 감사(곽준호 KCF테크놀러지스 전 CFO) 선임 안건을 올렸다. 이사회의 독립성·전문성 결여가 SM엔터의 기업가치 저평가의 배경이라는 지적과 함께다. 같은 맥락에서 최대주주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해지를 골자로 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사측이 감사 후보로 임기영 한라그룹 비상근 고문을 추천한 만큼, 주총에선 양편간 팽팽한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된다. 때문에 이수만 프로듀서가 18.48%의 압도적인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얼라인파트너스운용이 승산 가능성이 점쳐질 수 있는 것이다.

표결 결과에 따라 이날 에스엠 주가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이날 상승세로 개장했다가 이내 전일 대비 2.76% 떨어진 7만74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주총이 시작할 9시30분께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