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미를 잡기 위한 이색 상품이 잇달아 출시 중이다. 다음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운용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미리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31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타깃데이트펀드(TDF) 2종을 출시했다. TDF는 은퇴 연도에 맞춰 위험·비위험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다. 퇴직연금 투자 대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될 경우 자동으로 투자 가능한 상품군 중 하나다.

한투운용이 이번에 출시한 건 ‘한국투자TDF알아서2055’와 ‘한국투자TDF알아서2060’이다. 각각 1995년, 2000년 전후 태어난 MZ세대 투자자들을 위한 상품이다. 2060년을 은퇴시점으로 하는 TDF2060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은 "초장기 자금인 연금을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는 것은 100세 시대의 노후를 충실히 대비하기엔 부족하다"며 "시장은 시기별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하기에 투자 자산과 시점을 분산해 장기투자한다면 원리금보장형 금리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자산운용은 ‘삼성OCIO솔루션 성장형 펀드’와 ‘삼성 OCIO솔루션 안정형 펀드’ 2종을 출시했다. 외부위탁운용(OCIO) 개념을 퇴직연금에 접목한 공모펀드다.

OCIO는 연기금, 대학 등이 외부에 기금 운용을 아웃소싱하는 것을 말한다.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도 OCIO 업무가 가능해 업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OCIO 펀드는 퇴직연금 중에서도 확정급여(DB)형 시장을 공략한다. DB형은 근로자 개개인이 아니라 사용자(회사)가 퇴직연금 운용 성과를 책임진다. 운용 성과가 어떻든 근로자에게 사전 약정된 퇴직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외부 기관에 운용을 맡기려는 경향이 있다. 제도 변화도 업계에서 OCIO 시장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다음달부터 300인 이상 DB형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적림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운용계획서를 매년 작성해야 한다.

삼성자산운용이 이번에 출시한 두 펀드는 연기금 및 대학기금 등에서 활용하는 자산배분 방식으로 운용한다. DB형 퇴직연금 특성을 반영해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자산군별 기대수익률과 위험, 상관관계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자산배분안을 도출했다. 목표 수익률에 따라 ‘성장형’과 ‘안정형’이 있다. 각각의 목표 수익률은 연 5.0%와 연 3.5%이다.

'OCIO펀드 명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펀드 이름도 바꿨다. 삼성자산운용은 2019년 업계 최초 OCIO 공모펀드 ‘삼성퇴직연금 TLF7 펀드’를 출시했으나 OCIO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아 시장에서는 타 운용사가 최초라고 오해하곤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30일부로 이 펀드 이름을 ‘삼성퇴직연금OCIO솔루션밸런스펀드’로 변경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