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현금청산자 대책' 세운다더니…공공개발 후보지 '불안'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민간주도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개발 예정지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등 민간 사업은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정책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후보지 주민들은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추가 선정과 현금청산자 구제안 등 후속대책 일정 등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250만 가구 주택공급 로드맵’이 어떻게 구체화하는지에 따라 추가 후보지 선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민간주도 등 보다 적합한 방식으로 공급물량을 채워나간다는 게 새 정부의 구상”이라며 “기존 공공주도 물량의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주도 개발 중 가장 호응이 좋았던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도 후속 대책 발표가 지연돼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지난해 ‘2·4대책’에서 도입된 이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역 등 도심 내 노후지역을 고밀 개발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발표한 8차 후보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76곳, 1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후보지를 선정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6월 29일(권리산정일) 이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은 ‘현금 청산’하기로 하면서 선의의 피해자 양산 등 문제가 불거졌다. 후보지가 될 줄 모르고 집을 매입한 사람도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올 1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4개월 가까이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가 확실시된다. 기존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2·4대책’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근거법이 통과되지 않은 사업이다. 애초부터 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정부 여당이 되면 사실상 법 통과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정했던 후보지 두 곳 중 한 곳인 경기 의왕시 내손가구역은 결국 이달 초 정비구역에서도 해제됐다. 기존 재개발도 추진과 공공방식을 통한 개발 모두 어려워진 셈이다.

후보지 선정을 노렸던 곳들도 속이 탄다. 서울 강서구 화곡2동 주민센터 인근(2·4·8동), 서초구 양재2동 1구역 등이 도심 복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주민 동의 60%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추가 후보지 선정이 언제쯤 이뤄질지 분명하지 않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며 “최소한 정권 초에 공급대책이 추진됐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