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세계 56개국 217편 상영…개막작으로 '애프터 양' 선정
가족·사랑 주제 영화 다수…이창동·태흥영화사 특별전 주목
'축제 정상화 돛 올렸다'…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공개
'독립 영화인의 축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 공개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31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는 고강도 방역을 이행하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영화제 상징이었던 '전주 돔(dome)'과 부대 공간을 다시 조성해 개·폐막식 행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세계 56개국 217편(해외 123편·국내 94편)이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보다 8개국 31편이 늘어났으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출품작은 전주 시내 5개 극장, 19개 관에서 상영된다.

영화제 전용 플랫폼인 '온피프엔'에서도 112편(해외 69편·국내 43편)을 관람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개최를 지향하더라도 온라인 상영도 병행해 관객과 양방향으로 소통하겠다는 조직위의 의지다.

올해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은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이다.

애프터 양은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가족처럼 지냈던 안드로이드 '양'의 인공지능 속에 남겨진 추억을 쫓아가는 공상과학영화다.

한계국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애플TV+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해 이름을 알렸다.

영화제 대미를 장식하는 폐막작은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Full time)'으로 정해졌다.

풀타임은 비정규직으로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의 극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촌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국제경쟁 등 섹션에도 주목할 만한 영화가 다수 포진해 있다.

시장에서 젓갈 장사로 일하는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소녀가 등장하는 '비밀의 언덕', 원칙에 충실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사랑의 고고학' 등은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인간의 내면을 고찰한다.

특히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출품작 반수 이상은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영화제 조직위는 전했다.

또 저예산 영화 제작 활성화를 도모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4편과 전주국제영화제의 실험정신을 잘 보여주는 프론트라인 섹션도 기대를 모은다.

'축제 정상화 돛 올렸다'…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공개
특히 올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3가지 특별전도 관객을 기다린다.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은 이창동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단편 신작 '심장 소리'를 비롯해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버닝' 등 8편을 소개한다.

이 감독은 개봉한 지 오래된 작품의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또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회고전에서는 '장남', '기쁜 우리 젊은 날', '개그맨', '경마장 가는 길' 등 영화로 태흥영화사가 한국영화사에 남긴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를 추모하는 자리다.

또 '부산행'에 이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매개로 관객과 호흡한다.

이 밖에 전주 시내 특별한 장소에서 영화와 관객의 만남을 주선하는 '골목&야외상영', 호남 유일 향토극장인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여는 '전주 시민 특별상영회', 100명의 디자이너가 영화제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제작·전시하는 '100 필름, 100 포스터'도 준비돼 있다.

이준동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완전한 회복, 부활을 선언하는 해"라며 "프로그래머들이 정성껏 축제를 준비했으니 전주를 찾아 마음껏 영화를 즐겨달라"고 말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 동안 전주 영화의 거리 일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