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프런트·지도자로 10년 넘게 SK 몸담아…지난 시즌 8위 팀 '1위'로 조련
2020-2021시즌 정규리그 8위에 그쳤던 프로농구 서울 SK가 2021-2022시즌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동력을 꼽자면 '준비된 초보 감독' 전희철 감독의 리더십이 첫손에 들어갈 만하다.

SK가 지난 시즌 뒤 문경은 감독을 기술자문으로 물러나게 하고 당시 수석코치였던 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농구계에서 받아들여졌다.

전 감독이 누구보다 SK를 잘 아는 지도자이기에 많은 농구 전문가들이 시행착오 없이 SK를 다시 정상권에 올려놓을 적임자로 그를 지목했다.

전 감독은 2008년 SK에서 은퇴하고서 선수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프런트 업무를 봤다.

전력분석원, 구단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운영팀장으로 일했다.

그다음에야 코치가 돼 2011년부터 10년 넘게 문 전 감독을 보좌하며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SK는 "팀을 가장 잘 알고 전술적으로도 준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전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한 배경을 설명했다.

예상대로 전 감독은 빠르게 팀을 정상 궤도로 올려놨다.

전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프리시즌 컵대회에서 팀의 무패 우승을 지휘해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더니, 정규리그에서는 2위 수원 kt와 격차를 넉넉하게 유지하며 1위를 확정했다.

올 시즌 SK 주축 선수 면면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시즌 유독 부상자가 많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전 감독은 팀을 크게 바꿔놨다.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김선형과 최준용을 앞세운 속공 농구를 펼쳐 가장 완성도 높은 공격을 구사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오랜 코치 생활로 선수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전 감독은 SK의 스타 선수들을 정규리그 1위 팀이라는 '보배'로 빚어낼 수 있었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에도 능했다.

작전타임 때 대체로 차분하게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인 전 감독이 때로는 크게 호통을 쳐 군기를 잡는 장면은 올 시즌 프로농구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수원 kt와 3라운드 맞대결에서 3쿼터 중반까지 18점 차로 뒤지자 전 감독은 작전타임을 부르고 "턴오버하면 게임 안 할 거야?"라며 호되게 질책했다.

6라운드 울산 현대모비스와 경기 4쿼터 중반에도 전 감독은 또 한 번 '버럭'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승기를 내준 선수들이 작전타임을 마치고 코트로 돌아갈 채비를 하자 전 감독은 "(이대로) 나가면 뭐 할 거야!"라며 크게 화를 냈다.

SK는 이 두 경기에서 결국 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심기일전했는지 다음 경기부터 연승을 기록했다.

3라운드 kt전 뒤에는 한 달 반 동안 구단 역대 최다 15연승을 달렸고, 6라운드 현대모비스전 이후로는 2연승 했다.

SK는 지난 19일 전주 KCC전에서 이겨 정규리그 1위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였으나 전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과 일부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목표 달성이 늦어졌다.

하지만 전 감독이 조련한 '기사단'은 흔들리지 않았고, 전 감독이 벤치로 복귀한 31일 고양 오리온을 제압하며 1위를 확정했다.

전 감독은 2001-2002시즌 대구 오리온스 김진 감독, 2012-2013시즌 SK 문 감독, 2015-2016시즌 전주 KCC 추승균 감독에 이어 프로농구 역대 4번째로 사령탑 데뷔 첫해에 팀을 정규리그 1위에 놀려놓은 감독이 됐다.

이 중 감독대행 기간 없이 곧바로 정식 감독이 돼 데뷔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지휘한 것은 전 감독이 처음이다.

전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서 부족한 점이 코트에서 보이지 않게끔 잘 뛰어 준 선수들에게 너무도 고맙다"며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이어 "정규리그 우승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모든 목표를 이루겠다.

통합 우승을 위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