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여섯 살 말괄량이 소녀 무니. 미국 디즈니월드 인근 모텔인 ‘매직캐슬’에서 엄마 헬리와 둘이 산다. 모녀는 1주일치 방세도 제때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매직캐슬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무니는 늘 씩씩하게 동네를 휘젓는다. 무니에게 매직캐슬과 동네 뒷골목은 디즈니월드 못지않게 즐거운 놀이터다. 단짝 친구 잰시와 누구보다 마음이 잘 맞는 엄마 헬리만 있다면 무니는 무서울 게 없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맹랑한 꼬마 무니가 매직캐슬에서 벌이는 크고 작은 사건을 담아낸 영화다.

매직캐슬 꼬마대장 무니

“여기 사는 아저씨는 맨날 맥주 마셔. 이 방 아줌마는 병에 걸려서 발이 엄청 부었어. 여기 아저씨는 가끔 체포돼.” 영화 초반 무니는 옆 모텔에 막 이사 온 또래 친구 잰시에게 매직캐슬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환한 연보라색으로 색칠된 화사한 모텔. 하지만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보증금으로 쓸 목돈이 없는 이들이 주 단위로 방세를 내며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무니처럼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이들이 39만 가구(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그래프)가량 된다. 대부분 고시원이나 모텔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다.

반면 매직캐슬 맞은편엔 디즈니월드 관광객을 위한 리조트와 고가 주택이 늘어서 있다. 엄마 헬리는 이곳 사람들에게 가짜 향수를 팔면서 생활비를 번다. 이렇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것을 ‘주거분리’ 현상이라고 한다. 통상 고가 주택 지역은 꾸준히 보수가 이뤄지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 반대로 저가 주택은 수리를 못해 쇠락하면서 주거분리가 고착화하는 경우가 많다.

저가 주택이 재건축·재개발을 거치면서 고가 주택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 ‘상향여과(필터링 업)’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매직캐슬은 상향여과를 누리지 못한다. 외벽에 핀 곰팡이를 가리기 위해 밝은 색 페인트로 여러 번 덧칠할 뿐이다. 매일같이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관리인을 향해 동료는 묻는다. “사장이 해충 해결할 돈은 없대요?”

주거복지의 작동 원리

헬리와 무니 같은 사람들은 왜 매직캐슬로 모여들까. 이런 일종의 불량주택촌은 주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거주자들의 낮은 소득 영향이 크다. 그래서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의 실질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빈곤 완화 정책을 편다. 일정 소득 이하 가구에 지급하는 ‘주거급여’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임대료나 집수리 비용을 지원하는 현금성 복지정책을 ‘현금보조’라고 한다. 전세자금대출 같은 임대료 융자 사업도 현금보조 중 하나다.

하지만 현금보조는 임대료 인상이라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한 만큼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려 지원 효과가 줄어드는 식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서울 쪽방촌 한 달 임대료 평균액은 주거급여 액수와 1000원 단위까지 일치했다. 정부가 주거급여를 인상하자 건물주들 역시 월세를 올렸다.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일부 막을 수는 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현금보조와 달리 실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지급하는 ‘현물보조’도 있다. 대표적인 게 공공임대주택이다. 다만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에 비해 형평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무니의 낙 중 하나인 라즈베리 빵을 나눠주는 푸드뱅크 역시 식품 현물보조의 일종이다. 현금보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물보조가 비효율적인 데다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매직캐슬 주인이 모텔 앞에 주차한 푸드뱅크 트럭을 보고 “남들 보기에 좀 그렇다”며 불만을 표하는 게 이 같은 인식을 대변한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포인트

1.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분리 현상을 완화할 방법을 토론해보자.

2.저가 주택을 고가 주택으로 업그레이드할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3.정부의 저소득층 주거급여 인상이 임대료 상승을 불러오는 현상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