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직 안 끝났는데…
다회용컵 사용하기엔 불안"
늘어나는 비용도 '부담'
설거지 넘쳐 추가 고용 불가피
최저시급으론 알바 뽑기 힘들어
일회용품 실내 사용 금지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프랜차이즈 카페 대표는 “여기 대다수가 아마 나랑 비슷할 것”이라며 주변 카페 골목을 가리켰다. 점심 시간에 이 지역 카페, 식당들을 확인한 결과 실제가 그랬다. 광화문과 안국역 사이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 37곳 중 절반가량인 18곳에서 일회용 컵과 스푼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매장에선 직원이 고객에게 “오늘부터 실내에선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자 고객이 “잠시 뒤 나갈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설거지 쌓이는데 고용 여유 없어”
정부는 이날부터 식당·카페 등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2월 지방자치단체가 한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했다가 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급증하자 다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일회용 컵과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등 18개 품목이 규제 대상이다. 오는 11월에는 품목이 더 확대된다.규제를 따를 것인지에 대한 당장의 ‘선택’은 달랐지만 자영업자들은 공통적으로 비용 증가를 걱정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8)는 “다회용 컵 설거지가 가장 문제여서 식기세척기를 사거나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더 고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 컵과 홀더를 개당 100원 미만에 구입하는데 시급 1만원이 넘는 설거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비용적으로 부담이 훨씬 크다”고 푸념했다.
경기도에서 150석 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채모씨(34)는 “몇 년 전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을 때 일회용 컵을 부탁한 고객이 매장을 나가지 않고 막무가내로 버틴 탓에 공무원 단속에 걸렸다”며 “잠깐 있을 테니 일회용 컵을 달라는 고객이 절반 가까운 수준이어서 트러블은 불 보듯이 뻔하다”고 걱정했다.
“과태료 유예 당분간 계속돼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머그잔 등의 다회용품 사용을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카페는 자포자기한 상태. 이날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대학생 김모씨(24)는 “앱으로 주문했는데 직원이 실내 일회용 컵 사용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다회용 컵으로 주문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환경부는 규제를 재개했지만 당분간 과태료 부과 등 단속과 처벌 대신 지도와 안내 등 계도 중심으로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다. 이달부터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점주와 고객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계도 기간을 두자고 요구했고, 이를 정부가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상 제도가 처음 시작되는 경우라면 현장 적응 등을 위해 일정 기간의 계도 기간을 설정한다”면서도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과태료를 유예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해 과태료를 적절한 시점에 다시 부활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상승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감소로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고 자영업자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과태료를 계속해서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김소현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