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수도권 외곽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 물량이 늘고 있다. 대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한경DB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수도권 외곽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 물량이 늘고 있다. 대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한경DB
분양 후 계약하지 않은 미분양 주택이 3개월 새 전국적으로 1만 가구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안성 화성 등에 미분양이 쌓이면서 경기도 역시 한 달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는 ‘분양 양극화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도 예외 없다…미분양 80% 증가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2만5254가구로 1월(2만1727가구)에 비해 16.2%(3527가구) 늘어났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최근 3개월 새 추가로 쌓인 미분양만 1만1160가구다.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이었던 수도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월 2318가구가 분양에 실패해 미분양 증가세가 79.4%에 달했다. 경기도가 1월 855가구에서 2월 1862가구로 117.8% 급증한 영향이 컸다. 안성(1068가구), 화성(236가구) 등 외곽지역이 증가를 주도했다.

쌓이는 미분양…경기도 한달새 2배 이상 급증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월 분양한 안성시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는 916가구 모집에 34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0.37 대 1에 그쳤다. 아직도 800가구가량이 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분양에 실패한 단지가 잇따라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공급한 안성시 ‘e편한세상 안성 그랑루체’, 양주 ‘신양주 모아엘가 니케’ 등에서도 미계약이 발생했지만 이번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에선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지역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5대 광역시 중 대구가 4561가구로 1월(3678가구)보다 24%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977가구에서 두 달 연속 수직상승 중이다. 부산은 1028가구로 1월보다 11.6% 늘었다. 충북이 1월 292가구에서 2월 879가구로, 경북은 같은 기간 5227가구에서 6552가구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매매가격 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청약시장도 영향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지역들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안 가리고 지나치게 과열돼 있던 청약시장이 분기점을 맞았다”며 “지역과 입지 조건 등이 우수한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거래·공급 부족 지속

매매시장에선 역대급 거래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이은 지방선거, 제도 개선 기대 등으로 수요자도 매수자도 선택을 미루고 있어서다. 2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총 4만3179건으로 지난해 2월(8만7021건) 대비 반토막 났다. 서울시가 신고일을 기준으로 자체 집계하는 서울 매매건수는 같은 기간 795건에 그쳤다.

새 정부의 바람대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이 필수지만 아직은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해 공공 주도 공급대책을 시행한 까닭에 실제 분양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2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3만514가구로 작년보다 9.3% 줄었다. 수도권은 1만여 가구에 그쳐 41.9% 감소했다. 착공 역시 전국 2만5504가구, 수도권 1만7504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7%, 35.8% 줄어들었다. 인허가와 착공은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다.

입주도 부진하다. 올해 1~2월 두 달간 주택 준공(입주) 실적은 전국 4만5986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6417가구)보다 30.8% 감소했다. 수도권은 2만844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4.5%, 지방은 1만7542가구로 23.8% 줄어들었다. 아파트만 놓고 봤을 때 서울 입주는 6423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1730가구)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