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팔방미인' 과산화수소, 물·산소·햇빛만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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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 사이언스
KAIST 연구팀 혁신 선보여
강정구 교수팀, 광촉매 개발
기존보다 싸고 생산성 높아
박찬범 교수팀, 식물성분 활용
펄프 부산물 등 재활용해 생산
KAIST 연구팀 혁신 선보여
강정구 교수팀, 광촉매 개발
기존보다 싸고 생산성 높아
박찬범 교수팀, 식물성분 활용
펄프 부산물 등 재활용해 생산
소독약과 로켓 추진제가 같을 수 있을까? 그렇다. 과산화수소는 소독약, 염색약, 표백제 등 원료로 친숙하다. 85% 이상 고농도 과산화수소는 로켓 액체연료 산화제로 쓰기도 한다. 초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세정·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약방의 감초처럼 산업에 두루 쓰인다.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보통 고압 수소 기체와 비싼 팔라듐 기반 촉매를 사용해 생산한다. 이 공정은 유기물질이 방출돼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물과 산소만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고효율 광촉매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써서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바꾸는 광촉매는 보통 전이금속 산화물을 써서 만든다. 그러나 이런 광촉매로 생성한 과산화수소는 촉매 표면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안정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코발트와 티타늄, 철을 섞어 독특한 구조의 신개념 광촉매를 개발했다. 먼저 물을 산화제로 쓰는(물을 흡착해 전자를 방출하는) 코발트 산화물을 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카펫 형태로 깔았다. 다음 그 위에 삶은 계란 같은 ‘코어셸(core shell)’ 구조를 가진 철-티타늄 산화물 나노입자를 배열했다. 이 코어셸 나노입자가 기사광선과 자외선을 잘 흡수하면서 전자 이동을 매개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밝힌 뒤 실제로 구현했다. 즉 코발트 나노 카펫에서 물 산화로 생긴 전자가 철과 티타늄으로 들어가고, 이때 산소 환원으로 과산화수소가 생기는 구조다.
강 교수는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산소 환원, 전자 수송, 물 산화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광촉매에서 문제가 된 과산화수소 분해 문제가 없다”며 “기존 전이금속계 촉매보다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이 30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지원을 받은 이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박찬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식물의 주요 성분인 리그닌의 광촉매 성능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리그닌은 식물 세포벽 형성, 물 수송, 씨앗 보호, 스트레스 차단 등을 담당하는 성분이다. 기능은 잘 알려졌지만 분자 배열에 규칙성이 없고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 과학적 활용 분야가 넓지 않다. 바이오연료, 펄프 등 생산 과정에서 연간 5000만t에 달하는 리그닌이 부산물로 생성된다. 하지만 쓸 데가 없어 95% 이상이 그대로 버려진다.
연구팀은 분광학적 및 전기화학적 연구를 통해 리그닌의 에너지 레벨을 분석한 결과, 리그닌이 광촉매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일반적 광촉매는 산소를 환원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때 알코올, 포름산, 글루코스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낮아지고 불필요한 부산물이 축적된다. 리그닌은 추가 투입물 없이 물과 산소만을 활용해 과산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리그닌 광촉매가 산업적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자평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식물이 자연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처럼 리그닌은 태양광을 흡수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며 “리그닌 광촉매 반응을 응용하면 산업적으로 가치가 큰 의약품 중간체, 카이랄성 화합물 등을 합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서시스’ 3월호 표지논문(사진)으로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보통 고압 수소 기체와 비싼 팔라듐 기반 촉매를 사용해 생산한다. 이 공정은 유기물질이 방출돼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물과 산소만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고효율 광촉매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써서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바꾸는 광촉매는 보통 전이금속 산화물을 써서 만든다. 그러나 이런 광촉매로 생성한 과산화수소는 촉매 표면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안정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코발트와 티타늄, 철을 섞어 독특한 구조의 신개념 광촉매를 개발했다. 먼저 물을 산화제로 쓰는(물을 흡착해 전자를 방출하는) 코발트 산화물을 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카펫 형태로 깔았다. 다음 그 위에 삶은 계란 같은 ‘코어셸(core shell)’ 구조를 가진 철-티타늄 산화물 나노입자를 배열했다. 이 코어셸 나노입자가 기사광선과 자외선을 잘 흡수하면서 전자 이동을 매개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밝힌 뒤 실제로 구현했다. 즉 코발트 나노 카펫에서 물 산화로 생긴 전자가 철과 티타늄으로 들어가고, 이때 산소 환원으로 과산화수소가 생기는 구조다.
강 교수는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산소 환원, 전자 수송, 물 산화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광촉매에서 문제가 된 과산화수소 분해 문제가 없다”며 “기존 전이금속계 촉매보다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이 30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지원을 받은 이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박찬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식물의 주요 성분인 리그닌의 광촉매 성능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리그닌은 식물 세포벽 형성, 물 수송, 씨앗 보호, 스트레스 차단 등을 담당하는 성분이다. 기능은 잘 알려졌지만 분자 배열에 규칙성이 없고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 과학적 활용 분야가 넓지 않다. 바이오연료, 펄프 등 생산 과정에서 연간 5000만t에 달하는 리그닌이 부산물로 생성된다. 하지만 쓸 데가 없어 95% 이상이 그대로 버려진다.
연구팀은 분광학적 및 전기화학적 연구를 통해 리그닌의 에너지 레벨을 분석한 결과, 리그닌이 광촉매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일반적 광촉매는 산소를 환원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때 알코올, 포름산, 글루코스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낮아지고 불필요한 부산물이 축적된다. 리그닌은 추가 투입물 없이 물과 산소만을 활용해 과산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리그닌 광촉매가 산업적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자평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식물이 자연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처럼 리그닌은 태양광을 흡수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며 “리그닌 광촉매 반응을 응용하면 산업적으로 가치가 큰 의약품 중간체, 카이랄성 화합물 등을 합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서시스’ 3월호 표지논문(사진)으로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