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시장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물가를 밀어올리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 3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는 2020년 3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0.50%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여섯 번 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면 미국 기준금리가 연 2.0%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더구나 FOMC 회의 이후 위원들은 시장에서 예상한 0.25%포인트보다 더 많은 0.5%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0.5%포인트 인상하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Fed가 금리 인상폭을 확대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같은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글로벌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지다. Fed의 금리 인상폭 확대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본의 해외 유출도 우려된다. Fed의 빅스텝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7%에 달하지만 기준금리는 연 0.5%에 불과하다. 금리를 3%포인트 가까이 인상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의 절반에 못 미친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Fed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 한·미 간 금리는 이르면 오는 7월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미국과 한국의 물가상승률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Fed는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을 둔화하지도 촉진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를 연 2.4%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장기 투자 자본이 연내 이뤄질 미국 금리 인상 경로를 무작정 좇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美 Fed '빅스텝' 예고…하반기 오히려 달러약세 올 수도
Fed의 빅스텝 가능성은 국제 금융시장과 원·달러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 Fed가 7월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면 하반기엔 오히려 긴축 속도가 늦춰질 것이다. 기준금리 목표치인 연 2.8~3.0%의 절반 이상인 연 2.0%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Fed의 긴축 우려가 줄어든다면 달러가 오히려 약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이하로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