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인 ‘예스카타’가 거대 B세포 림프종(LBCL)에 대한 2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CAR-T 치료제가 2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길리어드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예스카타가 FDA로부터 1차 화학면역요법에 불응하거나 1차 화학면역요법 후 12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 대한 초기 치료제(initial treatment)로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예스카타를 제외한 CAR-T 치료제는 2회 이상의 치료 경험이 있는 재발성 혹은 불응성 LBCL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고 있다. 3차 치료제다. CAR-T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들에게 효능을 발휘하고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하지만 LCBL 환자 수가 많지 않은데다 3차 치료제로 활용하다 보니 처방 가능한 환자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승인으로 처방 가능한 환자 수는 미국 기준 8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약 1.7배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승인으로 예스카타는 경쟁 약물인 BMS의 CAR-T 치료제인 ‘브레얀지’보다 앞서게 됐다. 브레얀지는 오는 6월24일 전으로 있을 FDA의 승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예스카타와 브레얀지 모두 ‘CD19’를 표적하는 CAR-T 치료제다. BMS는 지난 2월 브레얀지에 대해 예스카타와 마찬가지로 표준 치료에 실패한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LBCL 환자 치료제로 확대하도록 FDA에 적응증 추가를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스카타가 먼저 승인을 받은 영향도 있지만, 브레얀지의 경우 2차 치료제로서 효능을 평가한 임상시험의 추적 관찰 기간이 6개월 정도로 너무 짧다”며 “반면 예스카타는 2년 이상을 추적 관찰한 결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고 했다.

길리어드와 BMS가 지난해 12월 미국 혈액암학회(ASH)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무사건 생존기간(EFS)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는 8.3개월, BMS의 브레얀지는 7.8개월 개선했다. EFS 발생 위험은 각각 60.1%, 65.1% 낮췄다. 개선 효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길리어드 측에서는 BMS의 브레얀지는 임상 설계 시 1차 치료 후 CAR-T 치료를 받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화학 치료를 받는 것이 허용됐기 때문에 결과에 이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임상을 맡은 프랭크 뉴만 박사는 “화학 치료의 효과가 제거된 상황에서 CAR-T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좀 더 오래 추적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MS 측은 “CAR-T 치료제는 오프더쉘프가 가능한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길면 한 달 이상을 환자가 기다려야 한다”며 “등록 가능한 환자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노바티스의 ‘킴리아’ 역시 CAR-T 치료 전 화학 치료를 허용했지만, 2차 치료제로서 효능 개선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런 임상 설계가 CAR-T의 효능을 보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8월, CAR-T 치료제 ‘킴리아’의 2차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길리어드가 이런 지적을 한 것은 CAR-T의 생산 기간이 더 짧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CAR-T는 ‘환자의 혈액 채취→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 및 활성화→유전자 조작→배양→환자 주입’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생산된다. 제조 시간 역시 한 달 내외로 긴 편이다. 때문에 증세가 심각한 환자의 경우 CAR-T 치료에 제한이 생긴다.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는 환자 채혈부터 주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6일 내외다. 반면 브레얀지의 경우 아직 24일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의 한 분석가는 이번에 확대 승인을 받은 예스카타가 최대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예스카타의 개발 및 생산을 맡고 있는 길리어드의 자회사인 카이트는 아직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크리스티 쇼 카이트 최고경영자(CEO)는 “20년 이상의 표준 치료 관행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예스카타의 수요도 갑자기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테카루스’, BMS의 ‘브레얀지’, ‘아베크마’, 존슨앤드존슨의 ‘카빅티’ 등 6개다. 국내에서는 킴리아만 승인을 받은 상태로, 이달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최대 598만원에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도희·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