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포레 외관. 사진= 한경DB
갤러리아포레 외관. 사진= 한경DB
서울에서 초고가 전세와 월세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고가 세입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유주택자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나날이 늘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별반 부담이 없어서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으로 인해 오는 8월부터 임차 기간 4년(2+2년)이 끝나 인상률 5% 상한에서 풀리는 물건을 감안하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꼬마빌딩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의 전세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갤러리아포레’ 전용 271㎡는 지난달 7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작년 2월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청담' 전용 219㎡에서 나온 71억원이었다.

갤러리아포레는 배우 김수현과 같은 유명인이 사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시장에서는 이 아파트를 비롯해 성수동 일대에 대해 삼표시멘트 공장의 철거 결정 등 개발 호재를 주목하고 있다. 입주 3년 차인 성수동 1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지난해 6월 전용 265㎡(약 100평) 아파트가 69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전셋값이 아파트 매맷값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실제 비슷한 가격의 유주택자는 세금 부담을 안고 있어야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반포자이' 전용 244㎡는 지난해 7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2020년 8월 46억원보다 26억8000만원 뛴 수준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 면적대를 보유한 집주인이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약 4307만원이다. 재산세는 1223만원, 종합부동산세는 3084만원이다.

매달 수천만원씩 내는 월세 계약 건도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전용면적 273㎡는 지난달 21일 보증금 4억원·월세 4000만원(6층)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월세 4000만원은 역대 최고가다. 앞서 최고 월세는 지난해 7월 아크로포레스트 전용 264㎡에서 나온 계약이다. 47층 매물로 보증금 20억원에 월세가 2700만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일부 강남만의 문제' 라면서도 '저가 유주택자'와 '고가 무주택자'를 단순히 나눠 세금을 부과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고가 전세나 월세에 사는 세입자에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법적으로 해결하기엔 무리가 많다"면서 "우리나라 정서상 오는 상대적 박탈감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방면으로 문제가 된 '임대차 3법'을 수술대에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임대차법 폐지부터 축소까지 다양한 방안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거대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전·월세 계약의 가격 상승률도 제한하는 등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