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현역 지사에 여당 재선 국회의원 도전장
'본선이 더 볼만해졌다' 요동치는 전남지사 선거판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4일 6·1 지방선거 전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남지사의 독주 체제였던 전남지사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텃밭에서 당내 경선 단독 후보로까지 언급돼 쉬운 선거를 예상됐던 김 지사로서는 전남 동부권인 순천·곡성 지역구에서 재선(2014~2020) 국회의원을 지낸 여당 후보와 본선에서 불꽃 튀기는 일전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남지사 선거 후보 결정이 이르면 오는 10일 이전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의 경우 오는 6일까지 접수 기간을 거쳐 신청자 대상으로 서류심사 후 경선을 할 것인지 전략공천을 할 것인지 여부를 오는 22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전남지사 경선에는 이 전 대표 외에 이중효 영암·무안·신안군 당협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 지도부가 지역 정치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결정을 내릴 것이란 예측이 많다.

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진출을 목표로 내건 국민의힘으로서는 지사 선거를 지방선거에 최대한 이용해 득표율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전남도당도 좀처럼 뜨지 않던 선거 분위기가 대선 승리와 이 전 대표의 출마로 해볼 만해 졌다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위원회를 재정비하며 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남지사 후보 선정을 당이 길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후보 선출을 일찍 마무리하고 본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도록 당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의외로 쫓기는 입장이 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떨떠름하다는 반응 속에 긴장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전남지사 선거는 이미 '김빠진' 선거로 해보나 마나 하다는 예측이 많았다.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86%의 지지를 보낸 당의 텃밭인데다, 김 지사는 재임 내내 시도지사 평가 1위를 독차지해 당내 경선 경쟁자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지사의 이 같은 독주 체재는 더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고, 여야 대표 후보들 간의 치열한 득표율 싸움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느긋했던 김 지사 측도 선거 일정을 다시 조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출마 선언 시기도 최대한 늦추려고 했으나, 후보 등록을 어느 시기에 하는 것이 더 나을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애초에는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확정된 이후인 4월 말 또는 5월 초쯤 공식 출마를 하려고 했지만, 다소 앞당기는 것도 고려 중이다.

후보 등록 시기에 대해서는 예정보다 일찌감치 뛰어들어 기선 제압을 해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시각도 있지만, 같이 맞서면 오히려 국민의힘에 말릴 수 있는 만큼 예정대로 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김 지사 측은 다음 주 쯤 나오는 민주당 시도지사 경선 지침에 따라 향후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로 어느 누가 나온다고 해도 우리가 동요할 것은 없다"며 "당의 결정을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