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집단 매장된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러시아의 민간인 집단 학살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은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부차의 한 교회에서 민간인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러시아군이 퇴각한 키이우 주변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시신 최소 410구가 수습됐다”고 했다. 발견된 시신 중 일부는 손이 뒤로 묶여 머리 뒤쪽에 총을 맞은 상태였다. 검은 포대에 싸여 있는 시신도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며 “국민 전체를 말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전쟁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사법기구 창설을 승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차원의 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연출한 사진이라며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급진주의자들에 의한 도발’을 논의할 것도 요구했다.

민간인 학살 증거가 나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명확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재 방안으로는 러시아와 무역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나라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가 거론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서방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 않은 중국 인도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잔혹함을 고려하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에 부과할 새로운 제재를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5일부터 사흘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다.

유럽 국가들도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러시아산 에너지 규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영국 미국 등은 러시아 원유에 대해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동참에 난색을 보여왔다. 하지만 민간인 학살 증거들이 나오며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이 끔찍한 전쟁범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여전히 원유와 가스 수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EU는 6일부터 5차 제재 방안 논의에 들어간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