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5류 정치'가 일류 기업 망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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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 끼어들어 '희망고문'
전기료 억눌러 한전 골병들게 해
정치가 기업을 놓아줘야 할 때
이건호 논설위원
전기료 억눌러 한전 골병들게 해
정치가 기업을 놓아줘야 할 때
이건호 논설위원
![[이건호 칼럼] '5류 정치'가 일류 기업 망치는 나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07.26110264.1.jpg)
평택공장 문을 걸어 잠근 옥쇄파업과 굴뚝 농성, 해고자 복직 투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노조 편을 든 정치권의 등쌀에 구조조정은커녕 해고자까지 전원 복직시켰다. 남은 건 ‘희망고문 후유증’뿐이다. 최근 매각 작업이 실패해 다시 생사기로에 섰다. 회사는 골병이 들었고, 이젠 일부 노조원이 아니라 노사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요금은 어떤가. 매번 전기료 인상을 억누른 결과 한국전력의 적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 대표 공기업인 한전은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신세가 됐다. 올해 영업적자가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도, 한전은 국제 유가 급등에 연동해야 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해야 했다. 지방선거(6월 1일)를 앞둔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압력 탓이다.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을 좌절시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정치적 판단이 불러온 참사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처럼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진 심판정이다. 노동계에 유리한 판단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기업을 꽁꽁 옭아매는 규제를 산더미로 쌓아 올린 것도 국회 권력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3% 룰), 일감몰아주기 처벌 강화, 대형마트 영업 규제, 해고자 노조활동 허용, 주 52시간제 강행,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은 정치과잉 시대의 산물이다.
시장과 경제에 어설픈 ‘아마추어 정치’가 개입하는 흑역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할 때다. ‘소득주도성장’을 신봉한 문재인 정부가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는 데 대한 경제계의 기대는 크다. 민간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기업들이 맘 놓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고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기업과 정부, 정치의 경쟁력을 이렇게 비교했다. “기업이 1류로 올라서는 동안 관료(행정)는 3류에서 4류, 정치는 4류에서 5류가 됐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베이징 발언’을 통해 비판했던 정치와 관료는 수준이 한 단계씩 떨어지는 역주행을 하고 말았다는 게 기업인들의 솔직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