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팔고 나가시라"...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의 이유 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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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도 믿지 않는 회사 주식, 왜 사셨냐. 제발 팔고 나가시라.”
지난 4일 밤 9시 즈음.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자신의 SNS에 30여분 간격으로 게시글 2개를 연달아 올렸다. 전후 사정이 담기지 않은 짤막한 게시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브릿지바이오는 투자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기업설명(IR)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회사 정보를 제공해도 믿지 않는다. 그럴 거면 주식을 왜 샀나. 말해도 믿지 않을 거면 제발 팔고 나가시라. 듣고 싶은 얘기하는 데로 가시라.”
다소 격한 감정이 섞인 듯한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 지 두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글에 담기지 않은 앞뒤 사정은 이렇다.
브릿지바이오는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BBT-176) 임상 1상 중간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최근 이런 계획을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ASCO 발표 계획을 담은 내용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나왔다.
개인투자가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생겼다. 연초 1만원대까지 빠졌던 주가가 최근 1만4000원 수준까지 올라온 것도 이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브릿지바이오가 ASCO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힌 BBT-176은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내성인 ‘C797S’ 특이 EGRF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다. 현재 임상 1상에서 용량상승시험 중이다.
하지만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일 장 종료 후 돌연 회사 홈페이지에 “당초 ASCO 구두 발표 세션에 참여를 목표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과제가 몰리면서 주최 측으로부터 BBT-176 구두 발표가 어렵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공지했다.
대신 세계폐암학회(WCLC), 유럽종양학회(ESMO) 등 글로벌 학회의 구두 세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공지에 시장 참여자들이 회사 측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SCO 발표가 무산된 데 대해 회사 측이 밝힌 이유가 아니라 임상 데이터 등 다른 문제가 있어 무산된 것 아니냐는 항의였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주총에서 BBT-176에 대해 상반기 내에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가속승인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열심히 IR 하는데 믿어주지 않는다”며 억울해 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한 밤의 헤프닝으로 지나갔지만, 이날 일은 최근 바이오업계 투자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소통하는 경영진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니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면 학회로 속속 전환되면서 참가 기업이 늘어난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ASCO 구두 발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IR을 한 것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의 억울함'은 이 대표를 비롯한 바이오벤처 업계가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를 포장해 어떻게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끌고가려는 바이오벤처가 많다”며 “몇몇 회사가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지난 4일 밤 9시 즈음.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자신의 SNS에 30여분 간격으로 게시글 2개를 연달아 올렸다. 전후 사정이 담기지 않은 짤막한 게시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브릿지바이오는 투자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기업설명(IR)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회사 정보를 제공해도 믿지 않는다. 그럴 거면 주식을 왜 샀나. 말해도 믿지 않을 거면 제발 팔고 나가시라. 듣고 싶은 얘기하는 데로 가시라.”
다소 격한 감정이 섞인 듯한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 지 두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글에 담기지 않은 앞뒤 사정은 이렇다.
브릿지바이오는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BBT-176) 임상 1상 중간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최근 이런 계획을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ASCO 발표 계획을 담은 내용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나왔다.
개인투자가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생겼다. 연초 1만원대까지 빠졌던 주가가 최근 1만4000원 수준까지 올라온 것도 이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브릿지바이오가 ASCO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힌 BBT-176은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내성인 ‘C797S’ 특이 EGRF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다. 현재 임상 1상에서 용량상승시험 중이다.
하지만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일 장 종료 후 돌연 회사 홈페이지에 “당초 ASCO 구두 발표 세션에 참여를 목표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과제가 몰리면서 주최 측으로부터 BBT-176 구두 발표가 어렵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공지했다.
대신 세계폐암학회(WCLC), 유럽종양학회(ESMO) 등 글로벌 학회의 구두 세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공지에 시장 참여자들이 회사 측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SCO 발표가 무산된 데 대해 회사 측이 밝힌 이유가 아니라 임상 데이터 등 다른 문제가 있어 무산된 것 아니냐는 항의였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주총에서 BBT-176에 대해 상반기 내에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가속승인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열심히 IR 하는데 믿어주지 않는다”며 억울해 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한 밤의 헤프닝으로 지나갔지만, 이날 일은 최근 바이오업계 투자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소통하는 경영진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니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면 학회로 속속 전환되면서 참가 기업이 늘어난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ASCO 구두 발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IR을 한 것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의 억울함'은 이 대표를 비롯한 바이오벤처 업계가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를 포장해 어떻게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끌고가려는 바이오벤처가 많다”며 “몇몇 회사가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