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공약 '상병수당' 긴급 연구용역 발주…도입 빨라지나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입은 근로자에게 휴가와 함께 수당을 지급하는 '상병수당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일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운영을 위한 질병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이 '최대한 빠른 도입'을 약속한 선거 공약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계획보다 빠르게 도입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병수당 제도란 아픈 근로자에게 휴가를 부여하고, 공적 기관이 휴가 기간의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산업재해와 달리 업무상 사유로 인한 질병이 아닌 경우에도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사안으로, 올 7월부터 공모로 선정된 6개 시군구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추후 3년간 시범사업 확대를 거쳐 2025년까지 완전히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억7000만원이 투입돼 10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상병수당 연구용역에서는 7월 시범사업에 적용될 '근로활동 불가 기간' 등의 기준을 정하게 된다. 근로활동 불가기간은 질병에 따른 상병수당의 지급 기간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상병수당 도입이 문 정부의 기존 일정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당선인도 "상병수당 제도는 전 세계 163개국과 OECD 38개국 중 한국과 미국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보장된다"며 "최대한 빨리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단 관계자도 "연구용역 진행 경과 등을 보면 2025년보다 이른 시점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도 상병수당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완료하는 등 제반 연구나 조사는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치료하는 동안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된 근로자들의 불만이 급증한 것도 도입을 앞당기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특수고용형태종사자나 일용직 근로자들도 상병수당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파도 일을 쉬면 소득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해서 일터로 내몰리고, 결국 질병이 도져버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상병휴가 제도가 근로자들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또 이미 주52시간제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 정책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에게 상병수당제도의 확대는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복지 분야 전문가는 "전 정부가 마련한 정책인 만큼, 이번 정부가 도입하려 들면 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제도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