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모델과는 다른 '원반불안정' 가설 뒷받침…"다양한 방식으로 행성 형성"
목성처럼 큰 대형 가스 행성은 우선 미행성이 충돌하며 축적돼 지구보다 더 큰 핵을 만든 뒤 가스를 끌어들여 형성했다는 '핵강착'(core acretion) 모델이 표준으로 제시돼 왔다.

태양∼지구 거리(1au/천문단위)의 5∼10배에서 형성된 목성이나 토성 등이 전형적인 예이다.

하지만 별에서 멀리 떨어진 50∼200 au에서는 거대한 핵을 형성할 만큼 미행성이 충분치 않은데도 대형 가스 행성이 발견되면서, 핵강착 모델 대신 중력 불안정으로 가스 원반이 크게 쪼개지며 붕괴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됐을 수 있다는 '원반 불안정'(disc instability) 가설이 제기되고 논쟁거리가 돼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등에 따르면 이런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목성급 행성 형성 이미지가 포착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를 통해 발표됐다.

지구에서 약 531광년 떨어진 마차부자리의 젊은 별 주변 원시행성계 원반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마차부자리 AB b'(AB Aurigae b)가 주인공이다.

형성된 지 약 200만년 밖에 안 된 마차부자리 AB와 약 137억㎞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46억년이 된 태양계도 이때 행성 형성이 한창 진행됐다.

마차부자리 AB b는 목성 질량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런 먼 거리에서는 미행성이 축적돼 핵을 형성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스 붕괴를 거쳐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SA 에임스 연구센터의 천체물리학자 테인 커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과 하와이 마우나 케아 정상의 스바루 망원경을 이용해 젊은 별 주변의 먼지와 가스 원반에서 형성되는 마차부자리 AB b를 관측했다.

행성의 항적에서는 원반 불안정 가설에서 예측해온 현상인 원반 물질의 소용돌이가 관측됐다.

커리 박사는 이번 관측 결과와 관련, "자연은 현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행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카네기과학연구소의 앨런 보스는 "일부 대형 가스행성이 원반 불안정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줬다"면서 "별 형성 과정에서 남은 물질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중력을 통해 행성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력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했다.

연구팀은 마차부자리 AB b 이외에 훨씬 더 바깥쪽인 430∼580 au에서도 두 개의 행성 후보가 돌고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마차부자리 AB b가 행성 형성 초기 단계에서 관측됨으로써 대형 가스행성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