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역 인근 번화가. 영업 제한시간을 1시간 앞둔 오후 11시지만 거리가 한산하다. 이광식 기자
4일 서울 강남역 인근 번화가. 영업 제한시간을 1시간 앞둔 오후 11시지만 거리가 한산하다. 이광식 기자
4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역 인근 번화가. 빛을 발하는 입간판들이 휑한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손님을 부르는 시끄러운 음악 사이 서너명의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 들뜬 이들의 설렘은 자취를 감췄다. 이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2)는 “12시까지 제한이 완화됐지만 서둘러 집을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9시, 10시만 돼도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업 시간 및 인원 제한이 10인·12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날, 기대와 달리 거리는 한산했다. 코로나19로 밤문화가 바뀌면서 영업 제한 시간이 계속 늦춰지고 있지만 평일엔 회식, 모임 등이 늘고 있지 않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대했던 ‘보복적 소비’가 없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규제 완화돼도 ‘집에 일찍’

8시만 해도 사람이 붐볐던 강남역 인근 번화가는 10시부터 인적이 끊기기 시작했다. 오후 11시 강남역 10번 출구 뒷 골목 100m에 행인 30명이 거리를 돌아다녔고, 11시 30분 경에는 5명 안팎의 사람들만 보였다. 11시부터는 술집 세 곳 건너 한 곳은 문을 닫았다. 같은 시각 120석 규모의 한 술집은 10여 명의 사람만 자리하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10시 제한, 11시 제한이 있을 때도 제한 시간 훨씬 이전에 사람들이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김모씨는 “어떤 모임이든 당연하게 9시면 자리를 파하게 된다”며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 번화가. 이광식 기자
강남역 인근 번화가. 이광식 기자
서울 을지로3가역 3번 출구 옆 호프 골목. A 술집은 영업 종료를 한 시간 앞둔 11시임에도 약 3분의 1만 채워져 있었다. 이 곳은 주말엔 영업종료 30분 전에도 대기 손님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술집이다. 바로 옆의 B 술집은 테이블 20개 중 3개만 채워져 있었다.

개강 후 많은 사람이 모여들 것이라 기대했던 대학가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0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 한 맥주집은 12개 테이블 중 5개만 차 있었다. 인근의 코인노래방은 40개 방 중 절반만 사람들이 들어찼다. 성균관대 재학중인 최모씨는 “코로나19 이전이라면 개강 직후 새벽까지 골목이 가득찼는데 이제는 그런 풍경을 못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혜화역 인근 번화가. 최세영 기자
서울 혜화역 인근 번화가. 최세영 기자

회식 없어지는 ‘뉴노멀’ 현실화되나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시장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에는 거리두기 완화에 소비 진작 효과가 뚜렷했지만 지난해부터 거리두기 완화 효과가 덜하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에서 5년 째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씨는 “회식 안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평일엔 손님이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이었고, 확진자 수 감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같은 해 2분기 291만2000원으로 1.18% 상승했다. 반면 대폭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54만7000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뉴노멀’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년 이란 시간을 폐쇄적 환경에 갇힌 사회는 당연히 변화되기 마련”이라며 “회식, 모임 등 밤문화에 대한 인지가 바뀌었을 것이고, 자영업자 분들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혜화역 인근 번화가. 최세영 기자
혜화역 인근 번화가. 최세영 기자
이소현/최세영/이광식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