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승복과 공존의 민주정치' 관행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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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여전히 신·구권력 갈등
정권교체 힘겨루기 문제는
민주공화정 위기 초래
정치상대는 敵아닌 공존 대상
지지자는 승복행렬 합류하고
승자는 협업정치로 바꿔야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정권교체 힘겨루기 문제는
민주공화정 위기 초래
정치상대는 敵아닌 공존 대상
지지자는 승복행렬 합류하고
승자는 협업정치로 바꿔야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대선 4주가 지난 시점이다. 신구(新舊) 권력이 허니문 기간도 없이 충돌하고 있다. 권력 이양도 순조롭지 못하다. 왜 그럴까. 3개의 지표가 정국 교착의 원인을 설명한다. 첫째, 0.73%의 대선 득표율 차이다. 역대 최소의 격차, 최소 득표 차가 선거 패배 인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둘째, 42%의 문재인 대통령 ‘잘하고 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다.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자발적 권력 이양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55%의 윤석열 ‘직무 수행 잘할 것’ 응답률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당선인이 직무 수행을 잘할 것이다’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이다. 새 정부에 대한 낮은 기대치는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와 연계돼 정국 대치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인 선거였다. 대선 이후에도 ‘정권 응징’ 대 ‘정권 유지’의 진영 대결은 계속되고,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로 전환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대선 패배, 신권력에 꿀릴 것 없는 구권력에 대한 여론 지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상대를 독선적인 새 권력 이미지로 만들려는 프레임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치에서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가 그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각했고, 국민은 17대 총선에서 정권교체 저항 세력을 철저히 심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바로 일어난 광우병 촛불시위가 그다음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다. 광우병 공포와 이명박 정부의 친미 외교도 중요 요인이었지만, 핵심에는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불만이 자리했다. 그래서 시위 시작부터 ‘MB OUT!’ 구호가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어느 순간부터 시위 주도의 한 세력인 친노를 외면했고, 친노는 몰락으로 내몰렸다. 다음의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는 2012년 대선 직후로 볼 수 있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이게 민주주의냐?”라는 반대 진영의 강한 반발을 가져왔고, 추후 ‘이게 나라냐’로 바뀌었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조롱, 비난, 불인정 강도가 높았고 다양한 사유로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대선 불복이나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는 없어졌다. 정권교체 저항이 적폐청산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하겠다.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의 문제는 대선 불복으로 민주공화정의 공화(共和)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해답은 무엇일까. 2000년과 2020년 미국 대선이 주는 교훈을 주목한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투표에서는 이겼으나 플로리다주 개표 중단을 명령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조지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고어는 법원 판결에 승복했고 미국의 민주 공화정은 유지됐다. 2020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문제를 빌미로 대선 불복을 꾀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헌정 중단을 허락하지 않았다.
핵심은 대선 후보의 태도와 정치권의 대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신사답게 깨끗하게 대선 결과 승복을 보였으니 지지자들도 승복의 행렬에 합류해야 한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승복하고 다음엔 승리한다’로 바꾸고 결과 승복을 민주적 관행으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민주공화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대선에서 신승(辛勝)한 윤석열 당선인이 해야 할 일도 많다. 민주당과 타협하며 공존하는 민주정치 관행을 세워야 한다.
당선자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국민통합’과 ‘실용’만으로는 2년 뒤 총선까지 정국을 돌파할 리더십으로 충분하지 않다. 도리어 스티브 레비츠키·다니엘 지블렛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제시한 민주정치 관행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상대를 적(敵)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상호 관용과 자신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하는 ‘제도적 자제’를 정치 관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지지율 상승이 필요한 때에 민주적 관행을 실천하는 대통령이라면 지지도가 급상승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자제하는 민주 관행을 세워 우리 정치를 선진 민주 정치로 도약시켜야 할 시점이다.
이번 대선은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인 선거였다. 대선 이후에도 ‘정권 응징’ 대 ‘정권 유지’의 진영 대결은 계속되고,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로 전환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대선 패배, 신권력에 꿀릴 것 없는 구권력에 대한 여론 지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상대를 독선적인 새 권력 이미지로 만들려는 프레임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치에서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가 그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각했고, 국민은 17대 총선에서 정권교체 저항 세력을 철저히 심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바로 일어난 광우병 촛불시위가 그다음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다. 광우병 공포와 이명박 정부의 친미 외교도 중요 요인이었지만, 핵심에는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불만이 자리했다. 그래서 시위 시작부터 ‘MB OUT!’ 구호가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어느 순간부터 시위 주도의 한 세력인 친노를 외면했고, 친노는 몰락으로 내몰렸다. 다음의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는 2012년 대선 직후로 볼 수 있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이게 민주주의냐?”라는 반대 진영의 강한 반발을 가져왔고, 추후 ‘이게 나라냐’로 바뀌었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조롱, 비난, 불인정 강도가 높았고 다양한 사유로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대선 불복이나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는 없어졌다. 정권교체 저항이 적폐청산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하겠다.
정권교체 저항 힘겨루기의 문제는 대선 불복으로 민주공화정의 공화(共和)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해답은 무엇일까. 2000년과 2020년 미국 대선이 주는 교훈을 주목한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투표에서는 이겼으나 플로리다주 개표 중단을 명령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조지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고어는 법원 판결에 승복했고 미국의 민주 공화정은 유지됐다. 2020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문제를 빌미로 대선 불복을 꾀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헌정 중단을 허락하지 않았다.
핵심은 대선 후보의 태도와 정치권의 대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신사답게 깨끗하게 대선 결과 승복을 보였으니 지지자들도 승복의 행렬에 합류해야 한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승복하고 다음엔 승리한다’로 바꾸고 결과 승복을 민주적 관행으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민주공화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대선에서 신승(辛勝)한 윤석열 당선인이 해야 할 일도 많다. 민주당과 타협하며 공존하는 민주정치 관행을 세워야 한다.
당선자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국민통합’과 ‘실용’만으로는 2년 뒤 총선까지 정국을 돌파할 리더십으로 충분하지 않다. 도리어 스티브 레비츠키·다니엘 지블렛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제시한 민주정치 관행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상대를 적(敵)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상호 관용과 자신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하는 ‘제도적 자제’를 정치 관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지지율 상승이 필요한 때에 민주적 관행을 실천하는 대통령이라면 지지도가 급상승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자제하는 민주 관행을 세워 우리 정치를 선진 민주 정치로 도약시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