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데다 설비투자도 주춤하면서 경제성장률 3%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는 동시에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이른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무역수지(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것)는 40억4000만달러 적자였다. 1분기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분기(66억1000만달러 적자) 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졌다. 올 들어 수출은 괄목할 만큼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았다. 특히 3월 수입액은 636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는 물론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필요한 나프타와 철강제품·메모리 반도체 등 중간재 수입이 동시다발적으로 뜀박질한 결과다. 향후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수출이 주춤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인 기업 설비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1분기 시설투자 및 유형자산취득을 공시한 기업의 투자금액은 3조7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3%(4조1653억원) 감소했다. 올해 성장률이 부진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이유다.

치솟는 물가도 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가 뜀박질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줄고, 그만큼 민간소비 등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4.2%) 후 처음 4%대를 넘어섰다. 치솟는 물가 등을 고려해 성장률도 하향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3.1%,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 등은 3.0%로 전망했지만 사실상 3% 달성은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슬로플레이션은 확실시된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3%대에서 2%대 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정민/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