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2년여 만에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86조65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5월(88조9027억원)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대다. 코로나 초기 치솟았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7월 78조2000억원까지 줄었다가 그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1~2월 두 달에만 3조3000억원 넘게 급증하며 86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부터 기준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채권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게 핵심 요인이다. 연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터지면서 채권시장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올 1분기 국내 기업들이 순발행한 채권 규모는 작년 동기보다 3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회사채(AA0 3년물) 금리는 연 3.435%로 2013년 12월 5일(연 3.436%) 이후 8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은행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는 관측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기업들이 기존에 받아놓은 한도성 여신(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꺼내 운전자금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올 들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협력사 대금 지급 등 수요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투자은행(IB)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인수자금 등 관련 대출도 늘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