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탓에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고 있다. 2년 동안 집에서 근무하는 데 익숙해진 직원들의 저항이 거세다. 인재를 붙잡아야 하는 IT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대표 IT기업들이 잇달아 재택근무제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이날부터 직원들이 1주일 중 사흘은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 말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와 실리콘밸리 사무실을 다시 열었다. 애플은 오는 11일부터 본사를 개방해 직원들이 1주일에 한 번은 회사에 출근하도록 했다. 다음달 말부터는 주 3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규정을 도입한다. 트위터도 직원들이 원하면 영구히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폐지했다.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구글이 전 사원을 대상으로 연 화상회의에서는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에게 근무제도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구글의 사내게시판 도리를 통해 받은 질문 중 대다수가 사무실 출근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 직원은 “구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는데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피차이 CEO는 “사람들은 교류하고 협업하려는 욕구가 있다”며 “구글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고 답했다.

미국 IT기업들은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온라인 쇼핑·교육 등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은 클라우드, 협업 툴 등을 활용해 발 빠르게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집에서 일해도 업무효율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다.

미국 IT기업들은 CEO와 직원 간 의견을 조율하며 점진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사 컨설팅업체 로버트해프의 메건 슬러빈스키 컨설턴트는 “직원들의 절반은 재택근무제가 폐지되면 이직을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