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경쟁 후보인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와 오찬 회동을 했다. 윤 당선인은 회동 직후 페이스북에 장 특보와 만난 사실을 전하며 “원팀으로 공정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경쟁 후보인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와 오찬 회동을 했다. 윤 당선인은 회동 직후 페이스북에 장 특보와 만난 사실을 전하며 “원팀으로 공정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59)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론 강석훈 당선인 정책특보(58)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당선인이 정무적인 판단 능력과 경제 분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두 사람을 대통령실의 양대 핵심 요직에 기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당초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던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이철규 당선인 총괄보좌역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비서실장에 기용되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문제가 우선 고려됐다.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원 한 명 한 명이 아쉽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장제원 비서실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역 의원인데,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특보의 비서실장 기용설엔 웃으면서 즉답을 피했다. 비서실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던 장 실장도 기자들에게 “인사 문제를 총괄하는 제가 또 (대통령실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의 인사 기준으로 통합·능력·협치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74)를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이다.

윤 당선인의 참모들은 그러나 한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경륜은 있으나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여론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장 특보가 최근 비서실장 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장 특보는 국정 경험도 갖췄다. 그는 1987년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총무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7년 대선 때는 김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당시 30대 젊은 나이에 청와대 정무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 요직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다. 16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이런 장 특보의 경력이 대통령실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장 실장도 이날 비서실장과 관련한 질문에 “정무 감각이 검증된 경륜이 있는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전했다.

장 특보는 지난 대선 기간에 윤 당선인에게 종종 직언을 하면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혜 전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달 장 특보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쓴소리 특보로 부르셔도 좋을 듯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장 특보가 비서실장으로 확정되면 진영을 넘어선 파격적 인사가 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영남에 기반을 둔 보수정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비서실장도 호남 출신(전남 고흥)이 맡게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당내 입지가 좁다는 이유로 거대여당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권영세 부위원장이나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도 비서실장 카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비서실장 후보군에 오른 세 분에게 제안을 드렸다”며 “현재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 특보는 정책실장 후보로 인사 검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에서 정책과 메시지를 총괄해 ‘Y노믹스’(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 인사 검증 결과에 따라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으로 중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장 실장은 정책실장 폐지 등 청와대 개혁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이날 “청와대 정책 파트를 없애면 각 부서 간의 조율은 어떻게 하냐”고 했다. 내각 인사와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각 부처 장관 후보자를 복수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인선은 없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