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최저임금 심의 '스타트'…미리보는 협상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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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제 정책의 목적이 국민의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지만 소득주도성장은 과정에서 방법론 자체가 무리한 경우가 있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며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발언입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수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총리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나아가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를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한 후보자는 5일에도 최저임금 관련 발언을 내놨습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Lose)-루즈게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노사 간의 협의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같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최저임금 인상 자제'와 '공익위원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내년 최저임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첫 회의가 열린 날입니다. 불과 이틀 간격으로 나온 총리 후보자의 '메시지'에 최저임금위원회를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최저임금연대는 4일 성명을 내고 "사용자단체(경영계)는 새 정부가 탄생한 후 물 만난 고기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의 주원인이라고 근거없이 주장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곳이지 개악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또 "정부와 국회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탓이라면서 약자들 간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라며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최저임금이 올라서가 아니라 불공정거래 등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 때문이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윤 당선인의 언급을 계기로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이슈와 적정 인상률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인상률이야 최저임금 연대의 주장처럼 노동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의 횡포 탓이라며 대폭 인상을 요구할 전망입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제 그 만큼을 받지 못하는 비율인 미만율 등을 근거로 동결을 요구할 겁니다.
문제는 이에 앞서 논의될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이슈입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직접 언급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협상 테이블에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경영계의 숙원이 이뤄질지는 매우 불투명합니다. 최근 몇 년간 경영계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매년 표결까지 해왔지만, 결국 부결됐던 이유는 차등적용에 대한 찬반을 넘어 실태 파악 및 기준 마련 등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가 열리긴 했으나 2차 전원회의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5월 중순에나 열기로 한 점도 차등적용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이제 스타트라인을 출발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차등적용과 관련한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발언입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수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총리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나아가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를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한 후보자는 5일에도 최저임금 관련 발언을 내놨습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Lose)-루즈게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노사 간의 협의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같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최저임금 인상 자제'와 '공익위원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내년 최저임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첫 회의가 열린 날입니다. 불과 이틀 간격으로 나온 총리 후보자의 '메시지'에 최저임금위원회를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최저임금연대는 4일 성명을 내고 "사용자단체(경영계)는 새 정부가 탄생한 후 물 만난 고기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의 주원인이라고 근거없이 주장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곳이지 개악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또 "정부와 국회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탓이라면서 약자들 간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라며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최저임금이 올라서가 아니라 불공정거래 등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 때문이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윤 당선인의 언급을 계기로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이슈와 적정 인상률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인상률이야 최저임금 연대의 주장처럼 노동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의 횡포 탓이라며 대폭 인상을 요구할 전망입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제 그 만큼을 받지 못하는 비율인 미만율 등을 근거로 동결을 요구할 겁니다.
문제는 이에 앞서 논의될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이슈입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직접 언급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협상 테이블에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경영계의 숙원이 이뤄질지는 매우 불투명합니다. 최근 몇 년간 경영계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매년 표결까지 해왔지만, 결국 부결됐던 이유는 차등적용에 대한 찬반을 넘어 실태 파악 및 기준 마련 등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가 열리긴 했으나 2차 전원회의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5월 중순에나 열기로 한 점도 차등적용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이제 스타트라인을 출발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차등적용과 관련한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