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업 설비투자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의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금리가 치솟는 등 기업 투자 여건이 악화한 탓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축소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시설투자 및 유형자산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54곳, 투자금액은 3조784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36개사가 공시한 투자금액(7조9499억원)과 비교하면 52.3%(4조1653억원) 급감한 수치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시설 확장(1조561억원), 기판 소재 생산라인 구축(4130억원) 등에 1조469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2541억원) SD바이오센서(1880억원) 심텍(1071억원) 등도 투자 결정 사실을 공시했다.

연도별 1분기 투자금액을 보면 2019년 1분기에는 5조2506억원에 달했지만 코로나19로 투자계획이 줄줄이 취소된 2020년 1분기에는 2조40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로 미뤄진 설비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1분기에는 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투자액이 불어났다. 하지만 올해 투자 규모는 2019년 1분기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칠 정도로 급감했다.

기업 설비투자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뜀박질했다. 에너지 수입 증가로 지난 1분기 무역수지는 40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재 비용 부담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되면서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아예 접는 기업이 늘어났다.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시장금리가 치솟은 것도 투자심리가 위축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이자율과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내수시장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도 어두워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