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캐피털사가 작년 말부터 시장 수요 대비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하면서 금리 왜곡을 키우고 있다. ‘을(乙)’ 지위인 증권사들에 발행비용을 일부 전가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신한카드는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없이 ‘개별민평금리’로 결정했다. 개별민평금리란 키스자산평가, 한국자산평가, 나이스피앤아이, FN자산평가가 매긴 평가금리의 산술평균값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2년물은 연 2.98%, 3년물은 3.32%다.

다른 카드·캐피털사도 대부분 똑같이 개별민평금리로 이자비용을 확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우리금융캐피탈과 KB캐피탈도 3년물을 개별민평금리(3.515%, 3.456%)로 발행했다.

이런 개별민평금리는 금리 안정기엔 발행금리 결정에 유용한 기준이지만, 금리 격변기엔 시장 가격 왜곡을 가져온다는 게 회사채 발행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채권평가사들이 시장 가격 변화를 다소 늦게 평가금리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체의 경우 수요예측을 해야 해 이런 부작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결과 대부분 개별민평금리에 0.20%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를 적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대다수 카드·캐피털사는 일괄신고라는 제도를 활용해 수요예측을 면제받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일부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수개월째 비싼 값(낮은 금리)에 카드·캐피털 채권을 사서 싼값(높은 금리)에 파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순위에서 크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지만, 그만큼 시장 금리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인수한 채권을 장기간 팔지 못해 상당한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700억원의 거래량을 기록한 신한캐피탈448-1회 채권의 경우 매매단가가 액면 1만원당 9745원(수익률 3.46%)이었다. 작년 10월 발행 당시 3년간 연 217원(2.17%)의 이자 수취 조건으로 인수한 증권사의 매물이었다면 2.55% 손실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