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산산조각난 지 14개월 만이다. 복귀 무대는 사고 전 우즈의 마지막 정규대회였던 마스터스 토너먼트(2020년 11월)다. 그에게 다섯 번이나 우승컵을 안겨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티박스에 509일 만에 다시 오르는 셈이다. 우즈는 5일(현지시간)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금으로선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복귀”

마스터스는 우즈와 ‘궁합’이 맞는 대회다. 1997년 그가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을 신고한 곳도 마스터스였고, 2019년 그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마’를 쓴 대회도 여기였다. 우즈는 2019년 당시 세 번의 허리수술과 10여 차례에 걸친 시술을 이겨내고 마스터스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에 철심을 박고 나타난 우즈는 이번에도 ‘약속의 땅’을 복귀 무대로 낙점했다. 우즈는 “이번 부상은 그동안 겪은 부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전히 고통이 뒤따른다”면서도 “하지만 골프를 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제대로 된 샷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의 복귀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우즈는 경기가 열리기 1주일 전 오거스타에 도착해 18홀을 돌았다. 공식 연습을 빠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습레인지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물렀다.

업계에선 ‘승수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우즈의 이른 복귀를 부추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이 만 50세11개월(필 미컬슨)인 점을 고려하면 우즈에게 남은 시간은 4년 정도다. 메이저 15승을 거둔 우즈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잭 니클라우스의 기록(18승)을 깨는 것이다.

우즈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그의 몸 상태는 정상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더 기다려봤자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즈는 “(의료진 설명에 따르면) 몸 움직임은 현재 상황에서 더 나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평지든, 걷는 것과 관련한 모든 동작에 고통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깜짝 우승’ 가능할까

우즈의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승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많이 칠수록 유리한 코스기 때문이다. 첫 출전에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가 1979년 퍼지 젤러가 마지막이었다. 우즈가 마스터스에 나선 건 이번이 24번째다.

코스 특성상 멀리 친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우즈가 2019년 우승했을 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94.6야드로 전체 44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우즈는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갖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우즈는 이번주 연습에서 드라이버 티 높이를 다양하게 꽂으며 결과를 관찰했다. 티를 높게 꽂았을 때 발사각 16도를 내며 ‘캐리 거리’ 298야드를 찍었고, 티를 낮게 놨을 땐 발사각 10도로 281야드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509일 만에 돌아온 우즈, '부활 드라마' 다시 쓸까
오거스타내셔널도 우즈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우즈를 현지시간 7일 오전 10시34분(한국시간 오후 11시34분) 조에 넣었다. 다리가 아픈 우즈가 쌀쌀하고 습도가 높은 시간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2라운드에선 오후에 티오프를 하는 만큼 충분히 쉴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