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성적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문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이과생 중 절반이 ‘반수(半修)’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 레벨만 보고 교차지원했다가 후회하는 학생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입시 컨설팅 업체 유웨이에 따르면 2022학년도 대입에서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한 자연계열 수험생 4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23학년도 대입 반수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수험생은 27.5%로 나타났다. ‘현재는 반수 생각이 없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재도전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28.4%로 전체 응답자의 55.9%가 반수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첫 문·이과 통합 시험이었던 2022학년도 수능 이후 수학 조정점수를 높게 받은 이과생(미적분 선택자)이 대학을 높여 인문계 학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과생은 이과생의 교차지원 탓에 원하던 대학에 못 가고, 이과생은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고도 원하는 전공에 합격하지 못해 다시 재수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과생의 중도 이탈 가능성이 커지자 대학들은 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의 중도 이탈은 대학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유지충원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 평가 등에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반수생이나 재수생 급증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웨이에 따르면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지원한 자연계 수험생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학과는 경영경제 및 회계로 전체의 35.7%를 차지했다. △언어 문학 18.7% △철학 역사 등 인문학 15.6% △법학 및 사회과학 15% △교육 14.5% 등이 뒤를 이었다.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는 42.1%가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