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고발로 수사 착수…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수사 계속
휴대전화 잠금 못 풀고 '자가당착'…한 검사장, 주요 보직 복귀 관측
2년 끌다 '한동훈 무혐의' 결론…"검찰, 권력 눈치 보기 자인"
이른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약 2년 만에 피의자 신분을 벗었다.

MBC의 의혹 보도와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지 729일만 이다.

장기간 이어진 수사가 명분 없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검찰은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뤄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

◇ 수사 지휘에 수사심의위까지…곡절 끝에 결국 불기소
한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20년 4월에 시작됐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근거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 검사장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 권한을 박탈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검찰 수사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회의를 거쳐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정진웅 형사1부장이 이끌던 수사팀은 수사 중단 대신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의 몸을 눌러 추후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되게 된다.

이후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는 밝히지 못했다.

한 검사장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한 수사팀은 공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그를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여러 차례 상부에 올렸다.

그때마다 이성윤 당시 지검장은 한 검사장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고 포렌식 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며 수사팀의 의견을 반려했다.

그 사이 이 전 기자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정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후에도 제자리걸음을 하던 사건은 최근 관련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며 급격히 진전됐다.

이 지검장이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수사팀의 보고를 반려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통해 해당 사건에 관여하려 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지검장은 수사팀에 한 검사장 사건의 수사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일 수사팀 보고를 받은 그는 이날 부장검사 회의를 거쳐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최종 결재했다.

2년 끌다 '한동훈 무혐의' 결론…"검찰, 권력 눈치 보기 자인"
◇ 휴대전화 포렌식 없이 사건 처리…"자가당착 빠져"
2년간 끌어온 수사가 결국 '빈손'으로 끝나면서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처분을 미뤄온 명분이 됐던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과 관련한 상황 변동이 없는데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검찰이 자기 모순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지검은 이날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 해제에 대해 "더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밀번호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 현재 기술력으로는 해제에 걸리는 시간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휴대전화 잠금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수사 초기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이를 방패 삼아 사건 처분을 미루다가 이제 와 이런 결론을 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처리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중앙지검장이 바뀐 후에도 처리되지 않던 사건이 정권이 바뀌고 논란이 되자 며칠 만에 결론이 났다"며 "그동안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어왔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2년 끌다 '한동훈 무혐의' 결론…"검찰, 권력 눈치 보기 자인"
◇ '피의자 족쇄' 벗은 한동훈, 새 정부 첫 중앙지검장 후보군
한 검사장이 2년 만에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면서 향후 그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특수통'으로 요직을 거친 그는 채널A 사건에 휘말린 후 이어진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연달아 좌천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이 새 정부 출범 후 검찰 인사에서 중요 보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 검사장은 SK 분식회계 사건과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윤 당선인과 함께 수사하며 인연을 쌓았다.

'마지막 족쇄'로 작용했던 채널A 사건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향후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국장 등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 검사장에 대해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보았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건가.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온 사람"이라며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