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분야 고위직 때 AT&T·모빌오일에 장기 월세…고문료 이어 재산형성 '도마'
공직-로펌 '회전문' 행보 비판도…오늘 예정보다 이른 출근, 취재진 질문 '패스'
한덕수, 100억 자택·이해충돌 의혹 돌출…검증 변수되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로펌 고액 보수·이해충돌 논란에 이어 부동산과 관련한 의혹까지 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 3일 한 후보자의 지명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인사청문회 통과에 큰 어려움이 없는 '무난한 카드'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산형성 과정 등이 조금씩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7일 총리실 인사청문회준비단에 따르면 우선 한 후보자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자신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3층 주택을 임대했다.

이 주택의 폐쇄부등기 증명서를 떼어보니 1995년 9월에는 모빌오일코리아가 채권최고액 1억6천989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기록도 남아 있었다.

특히 이 시기는 한 후보자가 상공부 국장,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을 거쳐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분야 고위직을 지낸 때여서, 주택 임대를 고리로 한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의 공적인 위치가 사적인 이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신문로1가 주택을 100억원 가량에 매물로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후보자의 재산 규모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후보자는 지난 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에서 숨김없이 해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산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면서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적합한지를 놓고 쟁점화에 나설 태세다.

앞서 한 후보자가 공직 퇴임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4년 4개월간 18억원의 고문료를 받고, 지난 1년간은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겸임하면서 약 8천2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회전문'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의 법무법인 김앤장 경력 논란에 대해 "고위 관료로 있다가 로펌에서 어떤 일을 했다가 다시 또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은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경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던 만큼 이번에도 무난한 통과를 점쳤던 인수위 입장에서도 이어지는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에 부심하고 있다.

한덕수, 100억 자택·이해충돌 의혹 돌출…검증 변수되나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빌딩에 출근했으나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앞선 출근길과 달리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들어갔다.

출근 시간도 국무총리실에서 공지한 것보다 약 15분 빨랐던 것을 놓고도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

다만 청문회준비단은 한 후보자의 주택 임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부동산에 일임해 진행된 것"이라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준비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임대 당시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보유하기 어려웠던 때로 장기 월세가 보편화돼있었고, 월세를 선금으로 받는 대신 담보(근저당권)를 설정하곤 했다"며 "외국인 임대 전문 부동산에 일임했고 후보자는 임차인이 누군지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100억원 가량에 주택 매매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주택 관리의 어려움, 노후 준비 등을 이유로 매도 시세를 문의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매도 의사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