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 번다" 소문에 우후죽순 생기더니…마스크 업체 줄도산 위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마스크 생산량 5분의 1로 '뚝'
폐업업체 '덤핑 판매' 물량에 "가격 경쟁 불가"
부직포 등 전방산업 가동률도 20% 아래로
공급부족에 인허가 간소화 "업계 포화 상태"
정점일 때 전국 5000개 업체, 지금은 40% 폐업
해외시장은 중국산이 장악, 국산 1/3 가격
업계 "정부 '뒷북' 수출규제가 문제 근본 원인"
폐업업체 '덤핑 판매' 물량에 "가격 경쟁 불가"
부직포 등 전방산업 가동률도 20% 아래로
공급부족에 인허가 간소화 "업계 포화 상태"
정점일 때 전국 5000개 업체, 지금은 40% 폐업
해외시장은 중국산이 장악, 국산 1/3 가격
업계 "정부 '뒷북' 수출규제가 문제 근본 원인"
코로나19 사태 이후 포화상태에 이른 마스크 제조업계가 줄도산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야외 마스크 착용 등 현행 마스크 착용 의무조항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코로나 전보다 열 배 이상 몸집이 커진 해당 업계에선 이미 수요처를 찾지 못한 물량이 헐값에 덤핑 판매되는 실정이다. 해외 시장마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장악한 터라 향후 국내 마스크 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화성의 A 업체는 마스크 하루 생산량이 2020년 3월 15만 개에서 최근 3만 개로 확 줄었다. 시중에 마스크 재고가 넘치는 탓에 신규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주말 없이 24시간 공장을 돌리며 직원이 30명까지 늘었지만 지금은 5명만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이 업체 사장은 "폐업하는 업체에서 원가 이하로 마스크를 풀어버리는 탓에 가격 경쟁 자체가 되질 않는다"며 "의무 착용까지 폐지하면 도산하는 마스크 업체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방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의 주요 부자재인 멜트블론(MB) 필터 제조업체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10~20%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작년 3월께부터 MB 필터 생산량의 90%를 가져가던 마스크 업체들의 발길이 끊긴 영향이다.
한국부직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유통업계를 제외한 국내 마스크 공급망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작동을 거의 멈췄다"고 털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1월 137개였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지난해 하반기 1600여 개까지 열 배 이상 불어났다.
하지만 이는 공식 인증업체 숫자일 뿐이다. '사각 마스크' 등 식약처 인증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포함하면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0년 한때 5000여 개에 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품귀 사태'를 빚었던 MB 필터 생산업체도 지난 2년간 10여 곳에서 100여 개로 급증했다.
마스크 물량이 달리던 코로나 사태 초기에 신규 업체의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게 마스크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난 배경이다.
통상 8개월 이상 걸리던 허가 절차가 1~2주로 확 줄어든 데다 마스크 제조설비의 한 대당 가격이 1억~1억5000만원 정도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시장 분석이 부실한 채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업체가 실수요 대비 2~3배 많은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엔 수년 치 마스크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충남 소재 B 업체의 마스크 생산량은 2020년 4월 대비 30%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5000여 개 업체 중 이미 40%는 폐업하거나 마스크 생산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때 2~3억까지 치솟았던 중고 마스크 제조설비 가격도 5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의무 착용 조항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마스크 재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내수 시장을 잃을 처지에 놓인 일부 마스크 업체는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산 동급 제품 대비 가격이 3분의 1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국내 마스크(HS 부호 630790) 수출은 2020년 7억166만 달러(약 8518억원)에서 지난해 2억9542만 달러 크게 줄었다.
정부의 '뒷북'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마스크 산업이 빈사 상태에 내몰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1~2월에 국내 마스크 물량이 중국과 홍콩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벌어진 '마스크 대란' 탓에 과잉 투자가 확산하고, 이후 도입된 마스크 수출 규제는 제조 기술이 뒤떨어졌던 중국의 마스크 산업이 급성장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업체 중에서도 코로나 이후 시장에 참여한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거나 사업 포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자금력을 갖추거나 사업 품목이 다양한 대·중견기업 위주로 마스크 시장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코로나 전보다 열 배 이상 몸집이 커진 해당 업계에선 이미 수요처를 찾지 못한 물량이 헐값에 덤핑 판매되는 실정이다. 해외 시장마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장악한 터라 향후 국내 마스크 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화성의 A 업체는 마스크 하루 생산량이 2020년 3월 15만 개에서 최근 3만 개로 확 줄었다. 시중에 마스크 재고가 넘치는 탓에 신규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주말 없이 24시간 공장을 돌리며 직원이 30명까지 늘었지만 지금은 5명만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이 업체 사장은 "폐업하는 업체에서 원가 이하로 마스크를 풀어버리는 탓에 가격 경쟁 자체가 되질 않는다"며 "의무 착용까지 폐지하면 도산하는 마스크 업체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방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의 주요 부자재인 멜트블론(MB) 필터 제조업체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10~20%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작년 3월께부터 MB 필터 생산량의 90%를 가져가던 마스크 업체들의 발길이 끊긴 영향이다.
한국부직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유통업계를 제외한 국내 마스크 공급망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작동을 거의 멈췄다"고 털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1월 137개였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지난해 하반기 1600여 개까지 열 배 이상 불어났다.
하지만 이는 공식 인증업체 숫자일 뿐이다. '사각 마스크' 등 식약처 인증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포함하면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0년 한때 5000여 개에 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품귀 사태'를 빚었던 MB 필터 생산업체도 지난 2년간 10여 곳에서 100여 개로 급증했다.
마스크 물량이 달리던 코로나 사태 초기에 신규 업체의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게 마스크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난 배경이다.
통상 8개월 이상 걸리던 허가 절차가 1~2주로 확 줄어든 데다 마스크 제조설비의 한 대당 가격이 1억~1억5000만원 정도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시장 분석이 부실한 채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업체가 실수요 대비 2~3배 많은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엔 수년 치 마스크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충남 소재 B 업체의 마스크 생산량은 2020년 4월 대비 30%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5000여 개 업체 중 이미 40%는 폐업하거나 마스크 생산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때 2~3억까지 치솟았던 중고 마스크 제조설비 가격도 5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의무 착용 조항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마스크 재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내수 시장을 잃을 처지에 놓인 일부 마스크 업체는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산 동급 제품 대비 가격이 3분의 1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국내 마스크(HS 부호 630790) 수출은 2020년 7억166만 달러(약 8518억원)에서 지난해 2억9542만 달러 크게 줄었다.
정부의 '뒷북'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마스크 산업이 빈사 상태에 내몰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1~2월에 국내 마스크 물량이 중국과 홍콩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벌어진 '마스크 대란' 탓에 과잉 투자가 확산하고, 이후 도입된 마스크 수출 규제는 제조 기술이 뒤떨어졌던 중국의 마스크 산업이 급성장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업체 중에서도 코로나 이후 시장에 참여한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거나 사업 포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자금력을 갖추거나 사업 품목이 다양한 대·중견기업 위주로 마스크 시장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