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에 올라서 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 가히 기개가 돋보인다. 높은 산에 오르면 구름이 발밑에 있으니 그 구름 아래의 세상은 또 얼마나 작아 보이겠는가. 아랫동네 온 세상이 다 보잘것없어 보인다. 누구라도 우쭐해진다. 이렇게 태산에 올라서기만 해도 천하가 조그마해 보이는데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얼마나 더 작을까. 그 속에서의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한 줌 한 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공간만 해도 그러할진대 여기에 시간까지 더하면 또 어떠한가. 지구의 역사라고 알려진 46억 년에 더하여 우주의 나이라고 하는 138억 년을 되짚어 보면 우리 삶이 백 세를 산다고는 해도 얼마나 짧은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젊을 때 소위 ‘권력기관’에 근무한 적이 있다. 말석이기는 하지만 권력의 주변에 있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보게 되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권력이라는 속성이 참으로 묘해서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완장’을 차게 되면 괜히 으스대게 된다. 세상의 ‘모심’을 받으면 스스로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이 조금씩 변한다. 개개인의 심성이 처음부터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원래 그런 속성을 갖고 있나 보다. 자리가 빛을 내는 것인데 마치 사람이 그런 것인 양 환경이 심히 착각하게 만든다. 참으로 경계할 일이다. 젊어서 자칫 잘못 ‘권력의 맛’에 길들면 평생을 고생할 수 있다. 권력을 즐기다 보면 무리하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매일 태산의 정상에 서서 ‘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를 되새기며 용맹한 기상을 뽐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끔은 생각해 볼 일이다. 산은 오르면 내려와야 한다. 태산이나 높은 자리나 그곳에 평생 머물 수는 없다.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특히 하산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산을 오를 때는 모든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하산할 수 있는 체력을 어느 정도 남겨 놓아야 한다. 그래야 무사히 하산할 수 있고 동료들에게도 짐이 되지 않는다.

‘등태산소천하’는 그래서 겸손을 가르친다. 높은 산에서 우쭐대지도 말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도 겸허할 것을 권한다. 윗자리와 아랫자리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라고 한다. 과거 큰선비들은 ‘독만권서(讀萬券書)’ 후에 ‘주유천하(周遊天下)’하고, 그리고 세상에 나가는 ‘출세(出世)’를 가르쳤다. 요즘 같은 초스피드 세상에서는 만 권의 독서는커녕 천하를 주유할 시간도 없이 우선 출세부터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세상은 달라졌고 기회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세상에 나와서 뜻을 펴기 전에 독서를 통해 생각을 가다듬고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경험하고 난 뒤에 세상을 바라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이기 마련이다. ‘등태산소천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