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게 파티' 여는데…日 초밥집 "절망적 상황" 눈물, 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공급망이 혼선을 빚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회전초밥집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계 3위 수산물 수입상대국인 러시아산의 입하가 줄면서 연어와 연어알, 게, 성게 등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초밥 횟감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은 수도권의 한 회전초밥집 메뉴에서 성게 메뉴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산 생 성게 입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초밥집 관계자는 "가을에 한 해치를 한꺼번에 들여놓는 연어알도 올해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 주변국 업체들과 경매경쟁이 치열해지고 원유값 상승으로 연료·수송비가 급등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쳐서다.

1접시 100엔(소비세 포함시 110엔)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일본 4대 프랜차이즈 회전초밥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1~2위 프랜차이즈 회전초밥집인 스시로와 구라스시는 연어알과 골뱅이 메뉴에 러시아산을 사용한다. 스시로 관계자는 "거래처를 변경하는 등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3위 하마스시도 '사르르 녹는 연어알', '살짝 구운 지느러미살', '살짝 매운 파를 얹은 골뱅이', '대구알 마요네즈' 등 메뉴의 상당수가 러시아산이다. 4위 갓파스시도 골뱅이와 도화새우 등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갓파스시 관계자는 "6개월~1년치 재고를 확보해 뒀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제재가 강화되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칠레에 이어 일본의 3위 수산물 수입국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규모는 1381억엔(약 1조3571억원)이었다. 특히 게와 성게, 연어알 등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고급 식재료 비중이 매우 높다.

홍연어의 78%(150억엔) 게의 56.4%(379억엔), 대구알 56.1%(130억엔), 성게 46.6%(97억엔)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모두 러시아산 점유율이 1위다. 명태(18.6%)와 청어(14.4%), 대구(11.0%)의 러시아 의존도도 2~3위다.

중국의 도시 봉쇄로 러시아 대게가 대량 유입돼 가격이 크게 떨어진 한국과 달리 일본 수산업자들은 러시아산의 가격이 더 오를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추가 경제제재의 하나로 러시아를 무역상의 우대조치인 '최혜국대우'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관세가 1.5~2.0%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산이 아닌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서로 영공통과를 금지하면서 노르웨이산 연어의 입하가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3월 중순부터 수입이 재개됐지만 1㎏ 당 가격이 400엔 가량 급등했다.

수도권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 조시마루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사용하던 연어 마요네즈와 연어 소금구이 메뉴의 제공을 중단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