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세금 공시를 확대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금 공시 확대"에 관한 주주제안을 무효화해달라는 아마존의 요청을 기각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5월 열리는 아마존 연례주주총회에서 법인세 등 세금 공시 정책에 대한 주주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아마존 주요 투자자들이 "세금 관련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낸 주주제안에 대해 SEC이 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마존 측은 "세금은 평범한 기업운영 이슈인 만큼 주주투표 면제 사항"이라며 주주제안 무효화를 주장했지만, SEC은 아마존의 요청을 기각했다. FT가 입수한 SEC 문서에 따르면 SEC은 "세금 정보는 일반적인 사업 문제를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외 국가에서 거둬들이는 수익과 세금 납부 현황에 대해 공시하지 않고 있다.

주주제안을 주도한 의결권자문그룹 펜션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컨설턴트(Pirc)의 한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수익을 낸 국가에서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전 세계 정부와 투자자들의 세제 개혁 노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가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을 주장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인상이 추진되는 등 전 세계적인 세제 개혁 움직임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이번 사안은 규제당국이 세금 문제에 관한 주주제안을 승인한 첫 사례"라면서 "다국적기업들의 세금 관리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한 지배구조 문제로 인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