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TV 기록영화서 "현대판 종파분자 제거는 역사적 공적"
'김정은체제 방해하면 누구든 용서 안해' 메시지…'당 회의 복원'도 업적으로
북한, 김정은 집권 10주년에 '장성택 처형' 핵심 업적 꼽아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공식 집권 10년간의 첫 번째 업적으로 '장성택 처형'을 꼽으면서 확고한 1인지배 체제 수립을 부각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김 위원장의 10년 통치를 찬양하는 새 기록영화 '위대한 연대, 불멸의 여정' 중 제1편 '우리 당을 혁명하는 당, 투쟁하는 당, 인민의 당으로'를 연일 방영했다.

이 영화에서는 '현대판 종파분자'를 제거한 것을 핵심 업적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주체혁명 위업 계승의 중대한 시기 당 안에 나타난 현대판 종파분자들을 혁명 대오에서 단호히 제거해 버리신 정치적 결단은 주체혁명의 명맥을 굳건히 고수하고 당의 통일 단결을 수호하신 (김정은의) 역사적 공적"이라고 밝혔다.

'현대판 종파분자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실은 2013년 12월 9일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을 클로즈업했다.

이로써 언급된 '종파분자'는 장성택을 지칭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 위원장의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이 김정은의 1인지배 구축에서 최대 걸림돌이었던 만큼 그를 제거한 것은 당연했고, '역사적인 공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당 조직들은 최대의 정치적 각성과 당성을 가지고 영도의 중심, 통일단결의 중심인 당중앙(김정은)의 권위와 위신을 절대화하고 백방으로 옹호 보위하며 이 사업에서 추호의 양보나 타협도 몰라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 이후 후계 구축 과정과 김정은 정권 출범까지 전 과정에서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일인자나 다름없이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정치국 회의 나흘만인 2013년 12월 12일 특별군사재판에서 '정변을 꾀한 역적'으로 재판받고 즉각 처형됐다.

북한이 집권 10주년을 선전하는 기록영화에 장성택 처형을 첫 편에 사례로 넣으면서 상기한 것은 김정은 유일지배체제 구축을 방해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김정은 집권 10주년에 '장성택 처형' 핵심 업적 꼽아
영화는 또 각종 노동당 회의의 부활을 김 위원장의 중요한 업적으로 지적했다.

영화는 "당과 혁명 앞에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당 회의들에서 정상적으로 토의·결정하는 제도를 복원하도록 하신 것은 우리 당의 영도적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노동당 회의의 정상 운영을 치적으로 선전해오긴 했지만 '복원'이란 표현까지 쓰며 소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시절 '선군(先軍)정치'의 미명하에 유명무실했던 노동당 회의를 통한 국정운영 시스템을 할아버지 김일성 집권 때처럼 정상화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치켜세운 것이다.

실제 김정일 체제에서는 당대회는 물론 당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 다양한 당 회의가 전무 하다시피 했고 열렸다 하더라도 보도되지 않을 정도로 당 회의를 통한 정책 결정이 무시됐다.

이와 달리 김정은은 1980년을 끝으로 35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당 대회를 2016년 제7차 대회를 시작으로 5년에 한 번씩 열리도록 규정했고, 주요 인사와 경제정책부터 대남·대미 등 모든 정책을 당 회의라는 협의체를 통해 결정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한편 북한은 이번 1편을 충분히 재방영해 주민들이 널리 보고 나면 경제와 국방 등을 담은 후속편을 잇달아 방영하며 김정은 치적 선전에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